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2위의 모로코 축구대표팀이 FIFA랭킹 2위의 벨기에를 침몰시켰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 독일에 이어 벨기에마저 상대적 약체로 평가되는 팀에게 패하는 이변이 계속되고 있다.
이날 팽팽한 승부에 변화가 생길 조짐이 보인 것은 후반 23분이다. 90분 간 경기에서 점유율 56%를 가져가며 우위를 보이던 벨기에는 후반 23분 교체 투입된 사비리가 5분 만에 왼쪽 페널티지역 외곽에서 얻은 프리킥에서 골망을 흔들며 경기의 흐름을 바꿨다. 사비리의 골을 얻어맞은 벨기에는 3장의 교체카드를 쓰며 반전을 노렸지만 다시 한 번 골망을 흔든 것은 모로코였다. 쐐기골 역시 후반 28분 교체 투입 된 아부크랄이었다. 아부크랄이 투입 된 직후 프리킥으로 선제골이 터졌는데, 아부크랄이 골을 넣으며 승부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사실 이번 월드컵 개막 전부터 아프리카 국가의 이변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이번 월드컵의 평균 오후 기온이 보통 27~30도의 온도지만 습도로 인해 30~35도에 가까운 느낌이 들어 유럽 쪽에서는 적응하기 힘든 기온이라고 꾸준히 지적해왔다. 유럽의 강호들이 이 같은 기후를 적응하기 힘들 거라고 예측한 것이다.
또 저녁에 기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대회를 위해 지어진 경기장이 그늘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된 점도 유럽 국가에 불리할 것이라 지적했다. 경기장 내에 설치된 에어컨 역시 경기장 온도를 21도로 낮출 것으로 예상돼 이 같은 일교차가 유럽 선수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 지적했는데, 이날 모로코의 경기에서 이 같은 점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BBC는 “아프리카 국가는 극심한 더위가 있는 이번 대회의 조건에 익숙한데, 이러한 경험이 카타르에서 그들에게 이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