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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제 유연화… 연장근로 단위, 1주일→최대1년 확대”

입력 | 2022-11-18 03:00:00

현행 1주일 단위서 탄력적용 검토
노동개혁전문가기구 개편방향 공개
내달 13일 정부에 최종안 제시




주 52시간제 개편 방안을 마련 중인 전문가들이 현재 ‘주(週)’마다 적용되는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최대 ‘연(年)’ 단위까지 다양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전문가들이 다음 달 13일 최종안을 내놓으면 이를 반영해 근로시간제도를 개편할 방침이다.

정부의 노동개혁을 위한 전문가 기구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17일 간담회를 열고 검토 중인 근로시간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앞서 6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시장 개혁 방향을 발표하면서 전문가들로 구성된 이 연구회에 구체안 마련을 맡겼다.

연구회가 검토하는 근로시간제 개편의 핵심은 1주일인 연장근로시간의 관리 단위를 늘리는 것이다. 현행 주 52시간제에서는 1주일에 기본 근로시간 40시간, 연장근로시간 12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 여기서 연장근로 12시간을 주간 단위로 규제하는 게 아니라 월, 분기, 반기, 연간 등의 단위로 잡고 ‘주당 평균’ 12시간 연장근로를 허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업무 스케줄에 따라 월말, 연초 등 특정 시기에 연장근로를 몰아서 하는 게 가능하다.

연구회는 구체적으로 △월 단위(1안) △월·분기·반기 단위(2안) △월·분기·반기·연 단위(3안)의 세 가지 안을 제시했다. 관리 단위를 복수로 제시한 2, 3안은 전체 사업장에 일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장마다 업무 특성을 고려해 하나의 관리 단위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아직 구체적인 운영 방식은 나오지 않았다.

연구회 측은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지금보다 늘리면 ‘11시간 연속 휴식 보장’ 조치 등을 도입하겠다. 이를 감안하면 관리 단위를 늘리더라도 주당 근로 가능시간이 최대 69시간으로 제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 연장-휴일근로 모아 휴가로 사용


주52시간제 개편 검토안

특정시기에 집중근무 가능하게
연장근로 관리 최대 1년 탄력적용
노동계 “기업 입장만 대변” 반발
법 개정 필요… 야당 설득도 과제



정부가 연구회를 통해 주 52시간제를 개편하려는 것은 산업과 사업장마다 다른 업무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아서다.

○ 근로시간 ‘선택권’ 늘리기
아이스크림 공장이나 에어컨·난방기 제조업체처럼 계절적 수요가 몰리는 업종에서는 연장근로를 주 단위로 지키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많았다. 연구개발(R&D)이나 영화·드라마 촬영 등 특정 시기에 집중 근무해야 하는 업종 역시 어려움을 호소했다.

정부는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탄력적 근로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선택근로제) 등의 유연근무제를 확대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늘려 사업장과 근로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 이번 개편안의 핵심 내용이다. 마찬가지로 선택근로제의 정산 기간과 대상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한다. 선택근로제는 정산 기간(1∼3개월) 동안 평균 주 52시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제도다.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도 도입한다. 근로자가 연장·야간·휴일근로를 하면 이를 시간으로 저축해 뒀다가 원할 때 휴가로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추가 근로를 휴가로 저축하면 임금을 더 받는 것보다 높은 할증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예를 들어 연장근로 1시간을 했다면 원래 1.5배의 가산수당을 받는데 시간으로 저축하면 2시간을 적립해 주는 식이다.


○ 노동계 “기업 입장만 대변”

17일 연구회가 공개한 방안은 앞서 6월 고용부가 발표한 개편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월 단위 등’으로 제시했던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구체화하면서 ‘연 단위’까지 열어 놓은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그간 노동계는 관리 단위를 월로 늘리는 안에 대해서도 “주 52시간제를 무력화한다”며 정부를 비판해 왔다. 이번에 반기, 연 등으로 확대하는 안이 나옴에 따라 노동계의 반발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연구회 검토안에 대해 “결국 기업이 원할 경우 장시간 압축노동을 가능하게 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연구회가 제시한 11시간 연속 휴식제나 휴가 확대 방안 역시 “주어진 연차 휴가도 제대로 소진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일한 시간만큼 임금을 주지 않는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라며 “이번 개편 논의는 노동자가 아닌 기업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회 좌장인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개편 검토안이) 주 52시간제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다”라며 “현 제도가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보고 선택권을 넓히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연구회 소속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관리 단위가 길어질수록 필요한 건강권 보호 조치를 병행해서 보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다음 달 13일 최종안 발표
연구회는 이날 공개한 안을 토대로 추가 논의를 거친 뒤 다음 달 13일 최종 권고문을 내놓는다. 연구회가 근로시간제와 임금체계,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편안을 모두 담은 권고문을 내놓으면 정부는 이를 반영해 필요한 입법 조치 등에 나설 계획이다.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 확대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 야당과 노동계를 설득해야 한다. 연장근로를 할 때 거쳐야 하는 근로자 동의 절차를 어떻게 보완할지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재 근로기준법에는 주 12시간 연장근로에 대해 ‘당사자 간 합의’해야 한다고만 명시돼 있다. 연구회 소속의 한 교수는 “거대 야당이 입법 주도권을 쥔 만큼 실제 입법까지 험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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