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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평 남짓 ‘땅콩 숙소’가 1박 26만원

입력 | 2022-11-17 03:00:00

[2022 카타르 월드컵 D―4]
카타르 공항 인근 ‘팬 빌리지’
호텔 모자라 컨테이너로 조성
비좁은데다 옆방 소음도 그대로



카타르 도하 하마드 국제공항 인근에 있는 팬 빌리지 컨테이너 숙소. 월드컵이 열리는 동안 각국에서 약 100만 명의 팬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돼 숙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도하=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카타르 도하의 하마드 국제공항 인근에는 약 6000개의 컨테이너가 설치돼 있다. 카타르 월드컵을 보기 위해 찾은 관광객 숙소 ‘팬 빌리지’다.

15일 찾은 이곳은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지하철역과 버스 정류장까지 갖춘 3.1km²의 넓은 공간에 노란색 외관의 숙소들과 임시 식당이 설치돼 있었다. 숙소 사이의 통로엔 인조잔디가 깔려 있었다. 숙소가 설치된 팬 빌리지 밖으로 나가면 모래로 뒤덮여 있는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숙소를 돌아다니는 내내 머리 위로 비행기가 쉴 새 없이 굉음을 내며 오르내렸다.

카타르는 면적이 1만1581km²로 경기도 면적과 비슷하다. 하지만 카타르 호텔 객실은 약 3만 개에 불과하다. 월드컵 기간 카타르를 찾을 약 100만 명의 축구 팬들을 소화하기엔 턱없이 적은 수치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카타르월드컵조직위원회는 관광객을 수용하기 위해 호텔을 새로 짓고 기존 아파트를 관광객들에게 빌려주는 등 숙박 대책을 내놓았다. 이것만으로도 부족해 카타르 도하 근처에 컨테이너 숙소와 캠핑카를 숙소로 활용한 팬 빌리지를 마련했다. 2인 1실인 컨테이너 숙소가 가득 차면 약 1만2000명이 월드컵 기간 이곳에서 머물 수 있다. 컨테이너 숙소는 공항 근처 외에 2곳이 더 있다.

팬 빌리지 컨테이너 숙소 내부 모습. 도하=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컨테이너 숙소가 공개되자 해외 언론들은 시설이 열악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았다. 얇은 벽으로 만들어진 숙소 내부에는 침대 두 개와 작은 테이블과 의자, 에어컨, 샤워부스가 달린 화장실이 있다. 3평 정도의 공간에 빽빽하게 놓여 성인 2명이 동시에 사용하기에는 비좁았다. 숙소 간 간격도 너무 촘촘해서 옆방 소음이 그대로 들렸다. 컨테이너를 붙여서 만든 식당도 공간이나 좌석 수가 충분하지 않아 사람이 몰릴 경우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였다.

컨테이너 숙소의 가격도 비싸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룻밤에 200달러(약 26만 원) 정도이며 식사가 포함된 가격은 약 270달러(약 36만 원)다. 이미 숙소의 60%가 예약이 완료됐다고 조직위는 밝혔다. 월드컵조직위는 컨테이너 숙소가 21일 개막전 이전에 모두 예약될 것으로 보고 바레인 등 인근 국가에서 머물며 월드컵 경기를 볼 것을 권유하고 있다.



도하=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