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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이정은]4050 역차별 논란

입력 | 2022-10-29 03:00:00


“우리가 꿀 빨았던 세대라고요?” 세대갈등이 다시 거세지던 지난해 4050세대들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기성세대를 향해 거칠어지는 2030세대의 불만과 비판이 중장년층의 논쟁을 부추긴 것이다. 한쪽에선 혹독한 IMF 구조조정 경험과 구직난 등을 거론하며 “후세대가 함부로 평가하지 말라”고 발끈하는 반응을 내놨다. 반면 ‘한강의 기적’을 이룬 산업화 시대 성장기에 올라타 자산을 축적해 왔으니 “꿀 빤 세대가 맞지 않냐”는 반박 의견들도 많았다.

▷한국의 40대와 50대는 전체 연령의 32.5%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세대다. 이 세대가 보유한 부동산 등 자산은 전체의 53.3%로 절반을 넘는다. 국가경제 측면에서 ‘경제의 허리’이자 인생 주기에서도 경제적으로 가장 안정된 시기다. 동시에 자녀 교육과 부모 부양의 부담을 양쪽에서 떠안아야 하는 고단한 ‘샌드위치 세대’이기도 하다. 자산이 많은 만큼 이 세대가 짊어진 부채 비율은 60.2%(948조 원)에 달한다.

▷요즘 4050세대 중에는 젊은 세대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이가 적잖다. 정부가 청년을 우대하는 부동산, 금융 정책을 쏟아내면서 “중장년층을 외면하는 역차별”이라는 불만이 높아졌다. 최근 발표된 ‘공공주택 50만 가구 공급대책’만 해도 종류에 따라 최대 80%가 청년층에 배분되는 구조여서 “젊은이만 국민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4050세대도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젊은 세대를 챙길 여력은 급속히 사라지는 분위기다.

▷이들의 불만을 감수하며 밀어붙이는 정부의 청년 대책이 2030세대를 모두 만족시키는 것도 아니다. 공공주택 분양은 당첨자들만 얻을 수 있는 제한적 혜택이고, 금융상품의 세제 지원도 정기적으로 돈을 부을 수 없는 청년에게는 그림의 떡이라고 이들은 항변한다. 청년희망적금만 해도 급전이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로 석 달여 만에 17만 명의 가입자가 빠져나갔다. 청년들에게 4050세대의 불만은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자들의 배부른 소리’일 뿐이다.

▷현재 추진되는 청년 정책의 상당수는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청년층 표심을 잡기 위해 정부가 내놨던 공약에서 출발했다. 미래 세대를 위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한정된 재원으로 특정 세대를 챙기려다 보니 불가피하게 소외되는 세대가 나올 수밖에 없다. 소수이기는 하지만 4050세대 일각에서는 납세 거부 운동을 하자는 극단론까지 나오는 판이다. 연금, 노동 개혁 같은 본질적 대책은 놔두고 보여주기식 선심성 정책을 앞세운 결과가 세대갈등을 부추기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정은 논설위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