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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카 아저씨…달동네 피란민…“서울을 움직인 힘은 사람들”

입력 | 2022-10-25 14:36:00

유홍준 교수 서울 답사기 후속편 출간




“제가 살아온 서울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그 변화를 만들어낸 사람들이 누구인지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어요. 나의 이야기가 한 시대의 삶을 이야기하는 증언이 될 수 있으니까요.”

1993년부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창비) 시리즈를 펴낸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73)가 고향인 서울 답사기 후속편으로 시리즈를 이어간다. 2017년 서울 편 1·2권을 내놓은 데 이어 사대문 안동네와 한양도성 밖의 역사를 엮은 3·4권을 25일 출간했다.

유 교수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을 움직인 힘은 바로 서울을 살아낸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앞선 두 권에서 조선 궁궐과 왕실의 역사를 풀어냈다면, 이번 책의 주인공은 서울을 만들어낸 사람들이다. 그는 고고학자들이 유물과 유적을 통해 과거를 재구성하듯, 오늘날 서울에 남겨진 흔적을 되짚는 ‘고현학(考現學)’의 방식으로 책을 써내려갔다.

유 교수는 평수로 2억 평이 넘는 대도시 서울에서 특히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뒤 폐허가 된 도시를 채우고 변화시킨 사람들 이야기에 주목했다. 1930년대 성북동에 터를 잡은 문인들이 대표적이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이주하며 갑작스럽게 불어난 서울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북촌과 성북동 일대 대규모 주택 개발이 이뤄졌다.

유 교수는 “1933년 만해 한용운 선생이 성북동에 자리 잡은 것을 필두로 이태준을 비롯한 문인들이 살아가며 성북동은 새로운 이야기가 피어나는 ‘문인들의 아지트’가 됐다. 1939년부터 1941년까지 출간된 문학잡지 ‘문장지’는 성북동에서 태어났다”고 설명했다.

‘서울토박이’인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도 담았다. 유 교수는 6·25전쟁 직후 천막으로 지은 임시 교실에서 수업을 들은 일화를 전하며 “추억으로 남은 이야기가 후대 사람들에게는 당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문화사”라고 말했다.

책에는 인사동에서 리어카를 끌며 이삿짐을 날랐던 ‘황 씨 아저씨’나 6·25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고 성북동 달동네에 터를 잡은 피란민들도 등장한다. 그는 “이런 필부필부들이 함께 어우러져 일궈나간 곳이 서울”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편을 끝으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끝맺을까 고민했다”는 그는 어느덧 길었던 대장정을 끝낼 채비를 하고 있다.

“아직 가봐야 할 곳과 써야 할 이야기들이 남아 있어요. 마지막은 ‘국토 박물관 순례’라는 주제로 그동안 제가 전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전하려고 해요. 첫 장은 전곡리 구석기시대 유적, 가장 마지막 장은 독도예요. 독도에 가서 나의 이야기를 끝내려 해요.”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