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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올해만 4번째 경영진 교체… “김범수 전면 나서야” 목소리

입력 | 2022-10-21 03:00:00

류영준 ‘주식 논란’ 뒤 남궁훈 등판
‘먹통 사태’에 대표 사퇴로 수습나서
보상 난제… 신사업도 차질 불가피
“사고때마다 사과-개편 한계” 지적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 먹통 사태’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이한 카카오가 홍은택 단독대표 체제로 사태 수습에 나섰다. 올해 들어서만 네 번째 리더십 교체다.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사과와 리더십 개편으로 대응하는 방식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전날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가 취임 7개월 만에 사퇴하며 1년새 수장이 네 번 바뀌었다. 지난해 4년 만의 리더십 개편을 선언한 이후 계속되던 ‘리더십 잔혹사’가 이어진 것이다.

2018년 3월부터 여민수·조수용 투톱 체제를 유지해 오던 카카오는 지난해 11월 리더십 전면 개편을 예고했다. 올해 3월부터 여 대표와 류영준 당시 카카오페이 대표의 공동대표 체계를 꾸릴 예정이었다. 여 대표가 사회 문제 해결, 40대인 류 대표가 혁신 사업 발굴을 책임지는 구도였다.

하지만 류 대표가 ‘주식 먹튀’ 논란에 휩싸이면서 계획이 꼬이기 시작했다. 류 대표는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해 카카오페이 주식 44만여 주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해 수백억 원의 차익을 챙겼다. 논란이 커지자 올해 1월 류 대표는 자진 사퇴했고, 연임 예정이었던 여 대표도 물러나게 됐다.

최악의 위기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등장한 이가 남궁 대표였다. 3월 단독대표로 취임한 남궁 대표는 카카오 주가가 주당 15만 원이 되기 전까지는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만 받겠다고 약속하며 책임경영 의지를 드러냈다. 미래 10년 키워드로 ‘비욘드 코리아’와 ‘비욘드 모바일’을 제시하며 메타버스 등 새로운 영역 개척에도 적극 나섰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사진)도 3월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글로벌 사업에만 집중하겠다고 밝히며 남궁 대표의 구상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원격근무제 추진 과정에서 내부 여론 수렴이 미흡했던 탓에 직원들의 불만이 커졌다. 회사 바깥에서는 구글과 인앱결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추진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하는 등 악재가 잇따랐다. 이에 7월 카카오는 남궁 대표의 부담을 덜고 리스크 관리와 사회적 책임 영역을 전담할 홍은택 대표를 각자대표로 선임해 ‘투톱’ 체제를 갖췄다. 하지만 ‘카카오 먹통’ 사태로 남궁 대표가 물러나며 3개월 만에 다시 홍 대표 단독 체제로 바뀌게 됐다.

반복적인 리더십 교체를 겪은 카카오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내부적으론 구성원들의 불안과 혼란을 해소하고 결속을 다져야 하는 한편 서버 이원화 등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외부적으로는 보상 선례가 거의 없는 무상 서비스에 대한 보상처리 문제 등 오랜 시간에 걸친 난제가 남아 있다. 남궁 대표가 사퇴하며 메타버스 등 카카오가 추진하던 신사업은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김범수 전 의장이 다시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논란이 생길 때마다 경영진이 책임지고 사퇴하는 방식으론 한계가 있으며 경영 방식의 전면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성장기의 카카오에는 맞았던 김범수표 ‘형님 리더십’이 대기업이 된 상황에서는 맞지 않는 옷이 된 상황”이라며 “전반적인 기업 문화의 쇄신이 필요하다고 구성원들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