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대입 자소서 폐지 ‘풍선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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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이 실제로 사용하는 평가표를 참고해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을 저희가 직접 작성해 드립니다.”
4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A학원에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의 세특 항목을 컨설팅해줄 수 있느냐’고 묻자 이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교사가 작성해야 하는 학생부 일부 항목을 대필해준다는 얘기였다. 이 학원은 홈페이지에 이 같은 ‘컨설팅’을 통해 일반고 내신 6등급 학생을 수도권 소재 4년제 대학 공대에 합격시켰다고 홍보하고 있었다.
정부가 현재 고교 2학년 학생들이 치르는 2024학년도 대입부터 학생부 종합전형 평가 대상에서 자기소개서를 제외하기로 한 가운데, 학원가에선 지원자의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항목인 ‘학생부 세특’ 대상 고액 컨설팅이 성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의 학원은 아예 대필까지 하고 있었다.
○ “48시간 내에 대신 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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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이 4∼7일 서울 대치동과 양천구 목동의 학원 15곳에 문의한 결과 4곳은 “학교에 제출할 세특 내용을 대신 써줄 수 있다”고 했다. 목동 B학원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첨삭’이라고 표현하지만 사실 대필”이라며 “학교 선생님들보다 우리가 더 좋은 학생부를 만들어줄 수 있다”고 했다.
대치동 C학원은 “학생이 초안을 쓸 필요도 없다”라며 “48시간 전에만 카카오톡으로 알려주면 세특은 물론 기재 내용을 뒷받침할 근거 자료까지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학원들은 세특 내용과 근거 자료가 되는 각종 수행평가 결과물, 과제물 등까지 준비해주는 대신 한 학기에 최소 200만∼300만 원을 ‘컨설팅비’로 받는다.
○ “학생 요구 무조건 거절 어려워”
교육 현장에선 이 같은 실정을 알면서도 묵인하는 경우가 많다. 고교 교사 E 씨는 “담임인 반과 내 과목 수업을 듣는 학생까지 100명 이상의 학생부를 모두 직접 작성하는 건 무리”라며 “잘못된 건 알지만 학생이 적어온 문구를 그대로 반영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대전 지역 교사 권모 씨는 “입시가 걸렸는데 학생의 요구를 무턱대고 거절하기는 힘들다”고 했다.그러나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대입 관련 서류에 대필이 적발될 경우 불합격 처리되거나 입학이 취소될 수 있다. 세특 대필은 불법으로 처벌 소지도 있다. 법무법인 광야의 양태정 변호사는 “대입의 중요 근거자료인 학생부에 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요구받은 내용을 그대로 기재한 교사에게는 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될 수 있고, 대필한 학원도 학교 측을 속인 것이기 때문에 같은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학원과 교사가 대필 자료를 ‘참고용’이라고 주장하면 처벌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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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영 인턴기자 연세대 영어영문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