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미술관 ‘뒤뷔페 그리고 빌레글레’展
1975년 열린 뒤뷔페 개인전 ‘장 뒤뷔페: 카스틸라의 풍경―삼색의 지역’ 포스터(왼쪽 사진). 빌레글레의 벽보 작품 ‘카르푸 몽마르트르-랑뷔토’(1975년). 뒤뷔페의 전시 포스터를 활용했다. 소마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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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프랑스 현대미술가 자크 빌레글레(1926∼2022)는 동네를 산책하다 한 전시 포스터를 발견한다. 그해 2, 3월 파리 컨템퍼러리 아트 내셔널센터에서 여는 ‘장 뒤뷔페: 카스틸라의 풍경―삼색의 지역’ 전시 포스터였다. 포스터 속 그림에 매료된 빌레글레는 장 뒤뷔페(1901∼1985)에게 편지를 쓴다.
“이번 전시 포스터를 내 작업에 사용해도 될까요? 당신이 허락해주면 굉장히 영광일 것 같습니다.”
두 작가의 우정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서울 송파구 소마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뒤뷔페 그리고 빌레글레’는 25세 차에도 활발히 교류했던 두 사람을 함께 조명한다. 뒤뷔페의 초기 회화 24점을 포함해 콜라주, 설치작품 등 총 67점과 빌레글레의 데콜라주(떼어내고 찢어서 만든 작품으로 콜라주의 반대 의미) 35점이 나란히 전시됐다. 빌레글레 작품을 국내에서 소개하는 건 처음이다. 전시는 뒤뷔페의 우를루프 연작을 전면 배치했다. 빌레글레가 처음 포스터를 보고 편지를 쓴 전시가 우를루프 연작을 소개한 것으로, 둘의 인연에 우를루프가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우를루프는 새가 지저귀고, 늑대가 울부짖는다는 뜻을 조합해 뒤뷔페가 만든 말로, 정형화된 미술계를 꼬집는 의미를 담고 있다. 뒤뷔페가 낙서에서 모티브를 얻은 모든 작품을 우를루프라고 부른다. 콜라주 작품 ‘기억의 사슬 Ⅰ’(1964년)에서 볼 수 있는 삐뚤빼뚤한 곡선은 ‘등장인물’(1971년) 등을 통해 점차 사람의 형상을 띠었다. 우를루프 연작 중 포스터는 빌레글레의 작품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출품작 ‘카르푸 몽마르트르-랑뷔토’(1975년)나 ‘모리스 캉탱 광장’(1975년)은 빌레글레가 뒤뷔페의 포스터를 캔버스에 붙이고 찢어 만든 작품이다. 빌레글레는 찢어진 벽보를 통해 당시 시대상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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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