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창화 괴산책문화네트워크 대표는 괴산군 일대를 다루는 지역 잡지 ‘툭’ 창간호를 펴낸 이유를 지난달 29일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서울에서 잡지 출판, 도서관 관련 일을 하던 그는 2011년 괴산군으로 귀촌한 뒤 2014년 동네책방 ‘숲속의작은책방’을 열었다. 지난달 8일엔 괴산군의 다른 동네책방과 힘을 합쳐 ‘툭’을 창간했다.
백 대표는 “요즘 지방은 몰락하는 공간처럼 여겨지지만 여전히 이곳엔 아름답고 의미 있는 것들이 남아있다”며 “지역에도 미래가 있다는 걸 잡지로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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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들은 모두 서울에서 출판, 사진, 영화 등 문화예술 분야에서 일하다 2~11년 전 귀촌했다. 대표들이 각자 시간을 들여 인터뷰할 이들을 찾고 취재해 잡지를 완성했다. 기획부터 출간까지 1년 6개월이 걸린 프로젝트였다. 제작비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지원 받은 1000만 원으로 충당했다.
200쪽에 이르는 창간호는 괴산군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이들을 조명했다. 솔맹이골 작은도서관의 한승주 관장, 사라지는 마을을 꾸미는 김현숙 마을문화디자이너,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문화교육을 펼치는 문화학교 숲의 임완준ㆍ이애란 대표, 나무 인형을 만드는 한명철 작가 등 문화예술가들을 인터뷰했다.
유기농업에 앞장서고 있는 조희부 눈비산마을 이사장, 청년농부인 김성규 괴산군 4H 연합회장처럼 생업에 종사하는 이들도 바라봤다. 때가 되면 돌아오는 장날, 마을에 오랫동안 자리 잡은 구멍가게처럼 정겨운 괴산군의 풍경도 실었다. 대표들이 정성을 들인 글과 사진에선 지역에 대한 애정이 물씬 묻어난다.
창간호 초판은 2000부를 찍었는데 거의 다 팔려 2쇄를 준비하고 있다. 여건이 허락된다면 앞으로 매년 한 권의 잡지를 낼 계획이라는 게 창간 멤버들의 생각이다. 인구가 약 3만8000명으로 인구소멸지역인데다 문화예술적으로 소외된 괴산군을 살리는 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무료 노동’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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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