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일회용컵 보증금제 세부 시행방안과 자원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을 23일 공개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커피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회용컵을 이용해 음료를 구입하면 음료 가격에 더해 일회용컵 반납 보증금을 내고, 나중에 컵을 반납할 때 이 보증금을 돌려받는 제도다. 보증금을 이용해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고 사용된 컵의 수거량을 늘려 재활용률 높이기 위해 고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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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업주들이 요구했던 지원책은 대부분 수용됐다. 당초 업주들이 부담하도록 돼있어서 반발이 심했던 라벨비(개당 6.99원)는 물론이고 라벨 부착을 돕는 보조도구(라벨 디스펜서), 보증금 카드수수료(개당 3원), 표준용기 처리지원금(개당 4원), 일회용품 회수지원기 구매까지 모두 정부가 지원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이런 비용 지원이 계획에 없었다. 결국 비용은 비용대로 더 들면서 제도의 적용 규모는 되레 후퇴한 모양새가 된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업계도 업종·업주마다 입장이 달라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강압적으로 전국 시행을 강행했을 때 되레 제도 자체가 좌초할 수 있단 위기의식이 컸다”고 전했다. 하지만 제도 자체의 좌초를 막기 위해 시행 규모를 줄였다는 환경부 주장과 달리 23일 발표에서 향후 확대 계획에 대한 로드맵은 없었다. 세종·제주 선도 시행 이후 언제, 어떻게 전국으로 확대해갈지 계획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로드맵이라도 있으면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고 인정하겠는데, 로드맵이 없는 시행 축소는 ‘이보 후퇴’에 불과하다”며 “사실상 제도 자체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지기자 ima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