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 등 4곳서 열린 ‘부산비엔날레’ 일제강점기 굴곡진 ‘제1부두’ 등 역사 조명하며 이면의 모습 담아
올해 부산비엔날레를 통해 처음 공개되는 부산항 제1부두의 옛 창고(위 사진). 1970년대에 약 4000㎡ 규모로 지어진 창고는 이번에 전시장으로 탈바꿈해 규모가 큰 작품들을 품었다. 부산현대미술관에서는 관람객들이 노예처럼 일한 인도 여성의 삶을 그린 산신티아 모히니 심슨의 회화 ‘쿨리·카람부’를 감상하고 있다. 부산비엔날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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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비엔날레 전시장. 입구에서 만난 외국인 2명은 탐험이라도 나선 듯 신난 표정이었다. 오스트리아에서 왔다는 이들은 “산동네 골목에서 이리저리 표지판을 따라오니 전시장에 다다랐다. 도심에서 신기한 체험”이라며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소개를 보고 부산에 왔는데, 숨겨진 보물섬을 마주한 기분”이라며 즐거워했다.
2002년 시작돼 올해로 20년을 맞은 부산비엔날레가 3일 개막해 관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한때 “차별성이 없고 진부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부산비엔날레는 지역적 독특함과 참신한 아이디어로 승부를 걸었다. ‘물결 위 우리’라는 주제 아래 여성과 이주, 노동, 자연을 키워드로 내세워 관객에게서 공감을 이끌어내려 노력했다.
일단 비엔날레가 열리는 장소 4곳부터 남다르다. 부산 산복도로(산 중턱을 지나는 도로)를 내려다보는 초량동과 태종대가 있고 해녀들의 일터였던 영도, 일제강점기부터 굴곡진 역사를 머금은 부산항 제1부두, 철새들의 터전으로 생태공원화한 을숙도다. 장소에 맞춰 도시의 역사를 조명하면서도 그 이면에 깔린 그림자를 들여다보는 다양한 작품들을 전시했다. 배에 붙은 따개비를 제거하는 ‘깡깡이’를 재현한 김도희 작가의 설치미술이나 부산 노동자 파업을 담은 최호철 작가의 회화가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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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주 부산비엔날레 전시감독(42)은 “부산 뒷골목에 밴 삶의 이야기를 우리 모두가 공감할 보편적인 주제로 확장해 나가는 과정을 발견할 수 있길 바랐다”며 “이번 전시가 서로 다른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함께할 방법을 모색할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11월 6일까지.
부산=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