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파그라달스퍄들 화산 작년 초 800년 만에 분화 집중분석 분화 며칠 전부터 지반 변형 감소 에너지 저장 후 마그마 분출된 듯
800년간의 휴지기를 마치고 2021년 3월 분화를 시작한 아이슬란드 파그라달스퍄들 화산. 아이슬란드대 제공
800년간의 휴지기를 마치고 지난해 분화를 시작한 아이슬란드의 파그라달스퍄들 화산이 폭발하기 전 지진 활동이 오히려 멈췄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화산 분화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필요한 전조 현상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프레이스테인 시그문드손 아이슬란드대 지구과학연구소 연구원팀은 지난해 3월 19일 파그라달스퍄들 화산이 폭발하기 직전 지진 활동과 마그마 움직임이 일시적으로 멈췄다는 분석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14일자(현지 시간)에 발표했다.
○ “화산 분화 직전 지진 활동 오히려 감소”
화산 분화는 땅속에서 만들어진 마그마가 지표면을 뚫고 나오는 현상이다. 마그마가 솟아오르며 지각에 힘을 가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화산이 분화하기 직전까지 지진 횟수가 증가하고 지반 변형이 일어난다.
파그라달스퍄들 화산이 분화한 뒤 50일간 용암을 조사한 결과도 같은 날 네이처에 별도 논문으로 발표됐다. 세뮌뒤르 할도르손 아이슬란드대 지구과학연구소 연구원팀은 분화 초기 단계의 용암은 주로 지각과 맨틀 경계면에서 만들어진 반면 분화가 진행되면서 분출되는 용암은 지하 더 깊은 곳에서 생성됐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몇 주간 분화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위치에서 생성된 마그마가 분출됐다는 것은 마그마가 짧은 시간에 빠르게 형성됐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 잦아진 화산 폭발…전조 현상 예측 중요해져
아이슬란드 외에도 전 세계적으로 화산 폭발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태평양 한가운데 위치한 통가 부근 해저화산이 1000년에 한 번 있을 만한 규모로 폭발했고, 지난해 5월에도 콩고민주공화국의 니라공고 화산이 폭발했다.
화산 폭발은 인명 피해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 기후 변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화산이 폭발할 때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이산화황 가스는 성층권에서 황산구름을 형성해 기후에 영향을 준다. 일례로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이 폭발한 직후 화산재로 지구 표면에 닿는 태양빛이 2.5% 줄어들며 약 15개월간 전 세계 평균 기온이 0.6도 떨어진 적이 있다.
자연적인 기온 변동보다 훨씬 큰 폭의 기온 변화는 작물 생산량에도 영향을 준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글로벌정책연구소는 2018년 피나투보 화산 폭발로 옥수수와 콩, 쌀, 밀 등 생산량이 평균 7%가량 줄었다는 분석 결과를 네이처에 발표했다.
화산 아래 마그마를 모니터링해 화산 분화 징후를 확인하거나 인공위성을 활용하기도 한다. 테리사 유바이드 호주 퀸즐랜드대 지구 및 환경과학부 박사후연구원팀은 2018년 레이저로 화산 깊숙한 곳에서 형성되는 결정을 분석해 화산 폭발 시기를 예측하는 방법을 개발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올해 2월 인공위성 ‘나초스’를 띄워 대기 중 가스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나초스를 개발한 스티븐 러브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 팀장은 “화산이 휴지기를 끝내고 지진 활동이 나타나기 전 이산화황 가스를 내뿜는데 이를 탐지해 화산이 폭발하기 전 폭발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애 동아사이언스 기자 ya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