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4600만 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세계적 틱톡 스타 찰리 더밀리오의 틱톡 화면. 미국의 10대로 2019년부터 춤추는 영상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유명해졌다. 틱톡 인플루언서인 ‘틱토커’의 활약으로 틱톡은 지난해 처음으로 구글을 제치고 방문자가 가장 많은 사이트 1위에 올랐다. 사진 출처 틱톡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중국의 ‘쇼트폼(Short Form)’ 플랫폼인 ‘틱톡’이 글로벌 시장에 등장한 지 5년. 올해 미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가운데 이용 시간 기준 1위에 올랐다. 최근 미국 Z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의 40%는 검색 시 틱톡과 인스타그램 ‘릴스’ 등 쇼트폼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틱토커’(틱톡 인플루언서) 찰리 더밀리오 등 쇼트폼 플랫폼이 낳은 스타의 영향력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평균 길이 15∼60초 내외의 짧은 동영상을 뜻하는 쇼트폼이 SNS 신흥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쇼트폼은 어떤 매력으로 단기간에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기존 강자를 제쳤을까.》
휴대전화가 부른 ‘쇼트폼’ 유행
길어도 10분을 넘지 않는 쇼트폼이 본격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월트디즈니 스튜디오 전 회장이었던 제프리 캐천버그가 20억 달러(약 2조7000억 원)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낸 2017년이었다. 그는 이 자금으로 10분 미만의 영상만 방영하는 ‘뉴티비’라는 새로운 플랫폼 미디어를 만들고자 했다. 캐천버그의 문제의식은 대다수 시청자들이 TV가 아닌 휴대전화로 영상을 보고 듣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서 기인한다. 5억 명이 넘는 인구가 매일 휴대전화로 길어야 45분 미만의 영상을 시청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바뀐 환경에 맞게 공급자도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다. 캐천버그는 영상을 생수에 비유하면서 “물은 누군가 계속 마실 것이다. 나는 편리하게 물을 병에 담아 판매하고자 할 뿐”이라고 했다.
고양이 관련 ‘릴스’(왼쪽 사진)와 SNL코리아의 김민교가 등장한 ‘쇼츠’의 화면. 사진 출처 릴스, 쇼츠
쇼트폼의 대세 흐름을 주도한 틱톡은 기존 SNS의 특징을 종합해 쇼트폼이라는 생수병에 담아냈다고 할 수 있다. 틱톡의 매력은 ‘축소 지향’ 전략이었다. 유튜브와 달리 영상 길이에 제한을 두는 전략에 40대 이하 사용자들은 폭발적 호응을 보냈다. 이 영향으로 풀 영상 대신 짧은 영상이 주를 이뤘고, 쇼트폼 콘텐츠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매일 75분 이상 쇼트폼 시청
아직 쇼트폼 제작과 관련해 표준적인 규칙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제공하는 플랫폼에 따라서 쇼트폼의 형식이 제각각이다. 어디까지 쇼트폼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기준이 없다는 뜻이다. 틱톡이 가장 짧은 영상을 제공하고, 그 외에는 대부분 3∼5분 길이의 영상을 보여준다. 그러나 20대 이하 연령층에서는 1분 미만의 영상에 더 인상을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에 등장한 새로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바바요’는 쇼트폼치고는 다소 긴 10분 단위의 영상을 업로드한다. 바바요는 캐천버그가 구상했던 뉴티비의 한국 판본이라고 할 만하다.최근 데이터솜이 만 15∼26세 285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Z세대에 속하는 연령층은 쇼트폼 영상 콘텐츠를 매일 75분 이상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쇼트폼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비율은 81.2%에 달했다.
손쉽게 이용자 제작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용이함도 많은 이들의 참여를 이끌었다. 영상 편집은 물론이고 음향이나 기타 영상 효과까지 손쉽게 휴대전화를 통해 조작할 수 있다는 점은 유튜브처럼 제대로 장비를 갖추고 영상을 만들어서 업로드해야 하는 부담감을 덜어준다. 이런 의미에서 쇼트폼 열풍의 물적 토대는 휴대전화의 보급과 비약적으로 발전한 하드웨어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향후 메타버스를 비롯한 미래의 미디어 환경은 간편함의 극치인 쇼트폼 콘텐츠의 범람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다.
SNS서 정체성 찾는 Z세대
사회적 관계에서 이뤄지는 상호 주목과 인정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 인간의 고유성이라면, 요즘 세대는 SNS에서 이뤄지는 초연결성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정립한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친구와 모임을 해도 일단 ‘온라인 셀프 사진관’에 가서 함께 사진부터 찍는다. 문자보다도 이미지에서 상호 동질감을 더 쉽게 느끼는 것이다.일부에서는 짧은 동영상으로 인해 집중력이 초 단위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초연결의 가속화라는 조건에서 요즘 세대에게 진득한 인내심을 갖고 한 가지에 집중하기를 요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불거진 요즘 세대의 문해력 논란 역시 이런 이행의 과정에서 드러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문자 중심의 문화에서 이미지 중심의 문화로 이행한 이 변화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 것인지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