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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거리두기 없는 추석… “기차서 간식 먹으며 고향가요”

입력 | 2022-09-09 03:00:00

가족과 함께 지내려는 귀성객 늘어 “오랜만에 모여 떠들썩한 명절 설레”
명절특수 식당가도 손님들로 북적, 상인들 “일 많아도 힘 안들어” 웃음
일부는 ‘간소한 명절’ 고수하기도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오전 서울에서 경남 진주로 향하는 KTX 열차 객실에서 가족 승객들이 빵을 먹으며 음료를 마시고 있다. 2019년 이후 3년 만에 사회적 거리 두기 없는 이번 추석에는 고속도로 휴게소와 버스, 기차 등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다만 실내에서 음식을 섭취한 후에는 다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낮 12시경. 서울역은 짐 가방과 선물 꾸러미를 두 손에 들고 귀성길에 오른 사람들로 북적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3년 만에 거리 두기 없는 명절이라 귀성객들의 얼굴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서울역 안 전광판에는 거의 모든 열차에 ‘매진’ 알림이 떴고, 기차 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매표소 앞을 서성였다. 식당가는 식사를 하려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고, 패스트푸드점에는 대기 손님으로 긴 줄까지 생겼다. 대기실 의자도 시민들로 붐볐다. 가족과 함께 고향인 경남 창원으로 향한다는 권보라 씨(36)는 “기차 안에서 취식이 가능해 아이들과 먹으려고 송편과 우유를 싸왔다. 부모님을 만난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며 기차에 올랐다.
○ 가족 만날 생각에 설렘 가득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던 상인들도 오랜만에 맞은 명절 특수에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역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서정민 씨(25)는 활기찬 목소리로 “평소보다 2.5배 정도 손님이 많아졌다. 일은 많지만 전혀 힘들지 않고 오히려 즐겁다”고 했다. 토스트집 주인인 이모 씨(35)는 “평소보다 30% 많은 물량을 준비했는데 오전에 거의 다 팔았다. 재료가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적 모임 인원 제한이 사라지면서 3년 만에 가족 모임을 할 생각에 설렘과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는 시민들도 상당수였다.

직장인 문모 씨(29·서울)는 연휴 첫날인 9일 3년 만에 고향 부산으로 가는 비행기에 오른다. 문 씨는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후 명절에는 한 번도 고향에 가지 않았다. 대신 부모님이 서울로 올라와 명절을 간소하게 보냈다. 사적 모임 인원 제한으로 가족이 모두 모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문 씨는 “오랜만에 가족이 다 모여 떠들썩한 한가위를 보내기로 했다”면서 “3년 전 추석에 본 조카들이 초등학생이 됐다니 얼른 얼굴을 보고 싶다”며 웃었다.

초등학교 교사 이모 씨(51)는 “4남매라 다 모이면 가족이 20명이 넘는다”며 “그동안 부모님만 따로 뵈었는데 오랜만에 다른 가족과도 만나 윷놀이를 하면서 명절 기분을 내고 싶다”고 했다.
○ ‘각자 명절’…코로나 이후 달라진 풍경도
하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간소한 명절’이 정착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주부 황모 씨(53)는 “거리 두기가 풀렸지만 형제들끼리 시간을 맞추기 힘들어 각자 부모님을 찾아뵙기로 했다”며 “2년 넘게 따로 명절을 쇠다 보니 오히려 이런 식이 편하다”고 말했다.

최근 급격히 오른 물가 때문에 고향 가는 길을 포기한 사람들도 있다. 직장인 박모 씨(35)는 “3, 4년 전만 해도 해마다 명절이 되면 친척들과 펜션에 모여 명절을 즐겼다”며 “숙박비며 식비, 기름값 등이 너무 많이 올라 ‘이렇게까지 가야 하나’란 생각이 들었다. 고심 끝에 각자 집에서 쉬기로 했다”고 아쉬워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됐지만 요양병원 등 고위험 시설은 접촉면회가 여전히 제한되다 보니 명절에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김모 씨(49)는 “어머니가 요양원에 계신데 면회가 안 된다고 해서 마음이 씁쓸하다”며 “하루빨리 가족과 함께 어머니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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