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타국을 공격할 도덕적 권리가 없었다. 그것이 가까운 나라라면 더욱 더.” 러시아군 내부고발을 한 파벨 필라티예프(Pavel Filatiev·34)의 말이다.
러시아군 정예부대인 공수부대 소속인 그는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러시아군의 내부 사정을 폭로한 뒤 신변의 위협을 느껴 8월 말 프랑스에 망명했다.
7일(현지시간) 더 워싱턴포스트는 필라티예프가 왜 조국을 영원히 등지기로 했는지에 대해 보도했다. 그는 러시아군 지도자가 순수한 무능과 부패로 자국 군대를 깎아내렸다고 비난했다.
광고 로드중
필라티예프는 러시아군은 군에 복무하기 위해 적합한 기준을 모두 철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55세 남성이 소파에 누워 맥주를 마시면서 선전용 TV 영상을 보는데 여념이 없다고 치자”며 “러시아군은 이런 사람들마저 데리고 와 정예부대인 우리 공수부대에 배치했다”고 한탄했다.
필라티예프는 “아무도 우크라이나에 가고 싶어하지 않았다”라며 “아쉬운 건 입밖으로 꺼내는 사람이 내가 처음이라는 사실이다”라고 덧붙였다.
사실 필라티예프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위해 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 순간부터 뭔가 잘 못 됐음을 느꼈다.
그는 자신과 옆에 있던 다른 병사들 모두 헤드라이트를 끈 채 트럭에 탑승하라는 명령을 받았을 때 그들이 ‘침략군’에 속하게 될 것을 전혀 몰랐다고 했다.
광고 로드중
당시 필라티예프는 전장에서 마지막 몇 주를 보낸 뒤 다음 포격에서도 살아남는다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전쟁의 참상과 진실에 대해 말하리라 다짐했다고 한다.
그는 침공 전날인 2월23일 그의 부대가 탄약과 서류들을 받았는데 “누구를 상대로, 왜, 어떻게, 무엇을 위해 전면전을 치러야 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며 “우크라이나가 적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완전히 쓰레기이고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 손실에 대한 마지막 공식 업데이트는 3월25일에 이뤄졌다. 관리들은 1351명이 사망하고 3825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벤 윌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4일 러시아군 사망자가 2만5000명을 넘어섰으며 부상자, 포로로 잡힌 자, 탈영병 등 전체 사망자 수가 8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광고 로드중
필라티예프는 8월 초 러시아 소셜네트워크 서비스VK에 ‘Zov’를 올렸다. 이는 러시아어로 적절한 조치를 요하는 ‘부름’을 의미한다. 이에 인권단체인 굴라구(Gualgu)는 몇 주 후 그가 프랑스로 떠날 수 있도록 도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