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특별감찰관 추천’ 놓고 충돌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여야가 특별감찰관 임명 문제와 관련해 충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언급하며 특별감찰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특별감찰관 추천과 함께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절차도 동시에 착수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23일 “김 여사는 굉장히 특이한 스타일 같다. 남편인 윤 대통령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특별감찰관 임명을 촉구했다.
우 위원장은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자기 지인을 1호기에 태운다든가, 자기가 하던 사업체에 종사하던 사람들을 대통령실로 끌고 들어간다든가, 자기가 (운영)하던 업체에서 도움 받던 인테리어 업체들에게 관저 공사를 맡긴다든가, 이런 일은 과거에 정말 발견하기 어려운 유형”이라며 “국가 운영에서도 약간 위험한 정도의 개입이 있기 때문에 특별감찰관의 감시, 견제가 있어야 자제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광고 로드중
특별감찰관은 국회가 후보자 3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 중 한 명을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며, 대통령의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대통령실 고위공직자 등의 비위 행위에 대한 감찰을 맡는다.
우 위원장은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이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 이사를 동시에 추천해야 한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도 “저희들 입장에서는 특별감찰관이 없이 김 여사가 계속 사고를 치는 게 더 재미있다”며 “그런데 국가의 위상에 있어서 그런 일이 없도록 하자는 일종의 충고인데 거기다 다른 조건을 갖다 붙이는 건 주 의원답지 않은 제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별감찰관 도입은 김 여사를 잘 감시해서 정권발 게이트나 비리가 없게 하자는 취지이다. 본인들에게 좋은 일인데 왜 다른 조건을 붙이느냐”며 “하기 싫은가 보다라고 정치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우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왜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저희는 특별감찰관보다는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라는 공공적 수사기관을 만들어 모든 것을 감시하고 견제하려 했던 것”이라며 “김 여사는 공수처의 감시, 견제로는 안 될 것 같다. 대통령 집무실 안에서 감시하고 정보를 모아 잘 견제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판단해서 말한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오른쪽)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홍근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은) 북한인권재단 이사 임명을 특별감찰관 임명과 연계하는 구태를 더 이상 반복하지 말기를 바란다”며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시작할 것을 국민의힘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광고 로드중
박 원내대표는 “특별감찰관을 임명한다고 해서 그동안 비선과 지인 특혜 수주, 법사까지 등장한 각종 의혹이 덮어질 리도 만무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감찰관 임명으로 더 이상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민주당 등 야당이 제출한 국정조사는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은 마치 윤석열 정부가 의도적으로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이러니 민주당에 내로남불 꼬리표가 떨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은 특별감찰관 임명을 주장했지만 문재인 정권은 하지 않았다. 저 역시 지난 5월 31일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과 협의해서 추천할 계획이라는 당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윤 대통령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고 강조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22일 특별감찰관 임명과 관련해 “여야에서 추천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도 지난 21일 “국회에서 결정되면 100% 수용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도 재차 촉구했다.
광고 로드중
그는 “북한인권법에 따른 북한인권재단은 민주당이 이사 추천을 하지 않고 있어 6년째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문 정권 5년 내내 북한인권재단 출범을 촉구했고 이번 정기국회 의사일정 협상을 하면서도 재단 이사 추천을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거부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운데)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는 “민주당은 우리 당의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요구에 특별감찰관과 연계할 일이 아니라며 또다시 선을 긋고 있다.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다”며 “민주당은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거부하는 이유를 국민 앞에 소상하게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권 원내대표는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은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 국회가 당연히 해야 할 책무이고, 국회가 만든 법을 지키는 일”이라며 “민주당이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이다. 법치주의를 짓밟는 다수당의 횡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가교육위원회 역시 문 정권에서 관련 법이 제정됐지만 민주당이 아직 위원 추천을 하지 않아 한 달 넘게 출범이 지연되고 있다”며 “그동안 정권이 바뀐 것 말고는 사정이 변경된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특별감찰관 임명 주장에 앞서 문 정권 5년 내내 자행된 법 위반과 직무유기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하루빨리 (특별감찰관, 북한인권재단 이사, 국가교육위원회 위원 등) 3개 기관에 대한 국회 추천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