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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오지 찾아가 어르신들께 의료 봉사…건강을 품앗이하죠”

입력 | 2022-07-26 13:22:00


“99세까지 88(팔팔)하게 살기 위해서는 무릎과 허리, 발목 등 뼈와 관절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지요. 나이가 들어도 친구를 만나고, 사회생활을 하고, 운동을 하며 사는 삶이 요즘 행복의 트렌드이기 때문이죠.”

ENA 채널 ‘임채무의 낭만닥터’는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시골에 사는 어르신들을 무료로 치료해주는 ‘유랑 진료’ 프로그램이다. 배우 임채무, 이문식 씨 등이 출연하는 이 프로그램에는 정형외과 전문의인 이태훈 9988병원 원장(서울 성동구 왕십리)이 늘 함께 한다.

낭만닥터 출연진은 지난 3월부터 경북 영주 무섬마을, 강원 영월, 충남 논산, 전북 진안, 완주 비비정마을 등 20곳이 넘는 시골마을을 찾아 진료를 펼쳐왔다. 캠핑카에 엑스레이 촬영 장비, 초음파 충격파, 물리치료 기계, 도수치료 장비, 혈압계 등 각종 의료장비를 가득 싣고 바닷가나 논두렁에 커다란 천막을 치고 진료해주는 봉사활동 현장 프로그램이다.

“대부분 전문병원에 가려면 한두시간 이상 걸리는 오지를 찾아갑니다. 평생 밭에서 쪼그려 앉아서 일해오신 어르신들이 많아서 대부분 허리와 무릎, 어깨, 발목, 고관절이 안좋으신 경우가 많아요. 천막 진료소에서 엑스레이를 찍고, 주사치료를 하고, 캠핑카 안에서는 물리치료, 도수치료를 해드립니다.”

이 원장은 격무로 금, 토 1박2일 동안 병원의 간호사와 물리치료사, 도수치료사, 총무과 직원 등 5,6명과 함께 동행을 한다. 마을마다 증세가 심각한 할머니, 할어버지 중에는 서울로 초청해 무료로 관절 수술과 치료를 해주기도 한다. 금요일 새벽부터 토요일 해질녘까지 하루 평균 25~30명의 환자를 치료해주는 강행군을 펼쳐야 한다.

“시골의 할머니께서 치료를 받으신 후 갑자기 눈물을 흘리시더군요. 살다가 이렇게 큰 장비를 싣고 온 의사에게 전문치료를 받은 건 처음이라고. 그러면서 갑자기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만원짜리 몇장을 꺼내시는거예요. 그 마음이 전달돼서 저도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할머니가 주신 돈으로 기다리는 어르신들과 스태프들이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사서 먹었던 기억이 제일 오래 남습니다.”

‘건강 품앗이 여행’을 모토로 내건 이 프로그램에서는 낭만닥터팀이 치료를 해주면 어르신들이 지역에서 나는 수박, 버섯, 도토리묵 같은 먹을거리를 가져와 셰프가 요리해 점심을 함께 먹기도 한다. 그는 경북 상주에서 할아버지 환자가 가져다 준 ‘곶감 껍질을 먹여 키운 한우’, 제천 산수유 마을에서 먹은 도토리묵, 전북 진안에서 맛본 고랭지 수박의 기가막힌 맛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진안에서는 20년 전에 귀향한 화가가 허리 치료를 받고, 즉석에서 매화 그림을 그려주기도 했다. 이 원장은 “귀중한 그림을 액자에 넣어서 병원 로비에 걸어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배우 임채무 씨와의 인연은.

“임채무 선생이 부른 노래 중에 ‘구구팔팔 내 인생, 이제부터 시작이다~’이라는 노래가 있었습니다. 제가 2017년 개원하면서 특색있는 이름을 짓고 싶었는데, 아내가 ‘9988병원’이라고 하면 어떻겠냐고 아이디어를 냈어요. 개원 후 임채무 선생이 차타고 지나가다가 병원 이름을 보시고 들어오셔서 ‘왜 나한테 상표 허락도 안받고 이름을 지었냐’고 하셨어요. 알고보니 그건 농담이었고, 사실은 어깨가 아프셔서 오셨더군요. MRI를 찍어보니 어깨 회전근이 파열돼 제가 봉합수술을 해드린 인연으로 친해졌습니다.”

―‘낭만닥터’ 의료봉사를 하게 된 계기는.

“임채무 선생은 아이들을 위한 ‘두리랜드’를 오랫동안 운영해왔는데 나이들면 의료봉사를 하는 게 버킷 리스트였다고 합니다. 결국 저까지 의기투합해서 ‘낭만닥터’를 하게 됐습니다. 올해 21회가 진행됐는데, 함께 출연하는 이문식 배우가 ‘앞으로 500회까지 해보자’고 하셨어요.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방방곡곡 유랑진료 봉사활동이 500회, 1000회까지 계속되길 기원합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