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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펜션 나온 유나 가족, 2시간 주변 머물다 송곡항 이동한 듯”

입력 | 2022-06-28 03:00:00

경찰, ‘실종직전 5시간’ 수사 집중… 아빠폰 꺼진 송곡항은 3.7km 떨어져
가족이 탄 승용차, 섬 나간 흔적 없어… 체험학습 신청 당일 완도 펜션 예약
처음부터 ‘제주 살기’ 생각 안한 듯




제주도에서 교외체험학습을 하겠다던 초등학생 일가족 3명이 전남 완도에서 실종된 가운데 부모가 딸을 업고 급히 숙소를 빠져나온 이유와 이후의 행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펜션을 나온 후 휴대전화가 모두 꺼질 때까지 약 5시간 동안의 행적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27일 광주 남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조유나 양(11·사진)의 어머니 이모 씨(35)는 지난달 30일 오후 10시 57분 완도군 신지도의 한 펜션 4층 객실에서 조 양을 업은 채 밖으로 나왔다. 당시 조 양은 의식이 없는 듯 축 늘어진 상태였으며 아버지 조모 씨(36)도 물병과 흰색 비닐봉투를 들고 같이 밖으로 나섰다. 이후 조 씨 부부는 은색 아우디 승용차 뒷좌석에 조 양을 태운 뒤 펜션을 떠났다.

다음 날 0시 40분경 펜션 인근 마을 주변에서 조 양 휴대전화의 전원이 꺼졌고, 29분 후 이 씨의 휴대전화도 꺼졌다. 조 씨의 휴대전화는 펜션에서 3.7km 정도 떨어진 송곡항 주변에서 오전 4시 16분경 꺼졌다. 경찰 관계자는 “조 양 가족이 펜션 반경 1km 주변에서 2시간 정도 머무르다 송곡항 쪽으로 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결국 조 양 가족이 펜션을 나온 뒤 조 씨의 휴대전화가 꺼지기까지 5시간 19분 동안 어디서 뭘 했는지 밝히는 것이 사건 규명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신지도와 육지를 연결하는 다리는 2개뿐”이라며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아우디 승용차가 섬을 나간 흔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경비함정-잠수부 동원, 실종가족 수색 해경 경비함정이 27일 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곡항 인근 해상에서 조유나 양 일가족을 찾기 위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위 사진). 조 양 가족은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하겠다”며 학교에 교외체험학습을 신청한 뒤 실제로는 완도의 한 펜션에 머물다, 지난달 30일 오후 10시 57분경 펜션을 나간 후 자취를 감췄다. 이날 신지면 물하태 선착장에선 경찰청 수중과학수사팀의 수중 수색도 진행됐다(아래 사진). 완도=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경찰 내부에선 조 양 가족이 학교에 교외체험학습을 신청한 과정도 석연찮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양 부모는 지난달 17일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제주도에서 19일부터 6월 15일까지 교외체험학습을 하겠다”고 신청했다. 조 양은 17일부터 질병을 이유로 결석했고, 같은 날 이 씨는 24일부터 6박 7일간(5월 24∼28일, 29∼31일) 해당 펜션에서 지내기 위해 숙박비용 230만 원을 두 차례에 나눠 계좌 이체했다. 처음부터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24일부터 펜션에 머물며 완도군 완도읍, 강진군 마량면, 펜션 주변 방파제 등을 자주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에는 다른 곳에서 숙박한 뒤 다음 날 펜션으로 돌아왔다. 조 씨는 운영하던 컴퓨터 판매 업체를 지난해 7월 폐업했고 이 씨 역시 비슷한 시점에 직장을 그만뒀다고 한다. 경찰은 조 씨 부부의 카드빚이 1억 원가량 있고 집 월세도 밀린 사실을 파악하고 조 씨 가족의 금융거래 내역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완도=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