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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들이 찾는 배우? 잘생기지 않아서”

입력 | 2022-06-09 03:00:00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송강호 ‘브로커’ 개봉 맞춰 화상인터뷰
“칸 수상 요정이라니… 운 좋아서일 뿐, 위대한 예술가들과 협업한 게 큰 의미
한번도 ‘넘버1’됐다고 생각한 적 없어”



영화 ‘브로커’의 상현 역으로 3년 만에 국내 관객을 만나는 배우 송강호. 그는 8일 취재진과 만나 “과거로 갈 수 있다면 연기를 시작한 1989년으로 돌아가 나 자신에게 ‘더 잘해서 좋은 배우로 시작하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써브라임 제공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라 쉽게 저를 찾는 거 아닐까요? 우리 삶과 이웃 이야기를 송강호처럼 평범하게 생긴 사람을 통해 하고 싶어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말 폐막한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해 한국 남자배우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연기상을 거머쥔 송강호(55)에게는 항상 같은 질문이 따라다닌다.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이창동 등 한국 거장 감독들이 가장 먼저 찾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이다. 그는 남우주연상의 영광을 안겨준 영화 ‘브로커’ 개봉일인 8일 국내 언론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런 답을 내놓았다. “잘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 “내가 운이 좋은 배우라서”라는 말도 덧붙였다. 칸영화제 수상 직후 인터뷰에서 “수상 이후로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다. 변함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해 오던 그는 이날도 스스로를 낮췄다.

영화 ‘브로커’의 한 장면. CJ ENM 제공

송강호는 수상의 영광을 ‘브로커’에 출연한 동료 배우들과 이를 연출한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게 돌렸다. 그는 이 영화에서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의 불법 입양을 주선하는 브로커 상현 역을 맡았다. 그는 “강동원 배두나 이지은(아이유) 이주영 등 보석 같은 배우들과 고레에다 감독까지 위대한 예술가들과 협업한 게 가장 큰 의미로 남을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이지은과 고레에다 감독에 대한 칭찬을 쏟아냈다. 이지은에 대해선 “나이에 비해 삶에 대한 굉장한 깊이를 가진 사람”이라며 “알면 알수록 대단한 배우”라고 말했다. 고레에다 감독을 두고는 “인격적으로 깊이 있고 어마어마한 철학으로 무장한 덕장”이라며 “배우들과 스태프 말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것에 놀랐다. 어떤 권위도 내세우지 않는다”고 했다.

그에게는 이번 상을 받기 전까지 ‘칸 수상 요정’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 2007년 ‘밀양’의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2009년 ‘박쥐’의 박찬욱 감독이 심사위원상을, 2019년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받는 등 그가 출연한 영화의 감독이나 배우가 칸에서 주요 상을 받은 데 따른 별명이었다. 그는 ‘수상 요정’ 별명을 듣고 크게 웃은 뒤 “고레에다 감독을 비롯해 박찬욱 봉준호 이창동 감독은 최고의 작가이자 감독으로 수상은 이들의 성과다. 나는 그냥 운이 좋아서 함께 칸에 간 것일 뿐”이라고 했다.

그가 출연한 영화가 개봉한 건 2019년 5월 공개된 ‘기생충’ 이후 3년여 만. ‘브로커’에 이어 그가 출연한 항공 재난 블록버스터 ‘비상선언’이 8월에 개봉될 예정이다. 여자배구단 이야기를 다룬 영화 ‘1승’도 연내 개봉될 가능성이 커 올해 송강호 주연의 영화 세 편을 만날 수 있다. 그는 “2013년에 ‘설국열차’ ‘관상’ ‘변호인’ 3편이 개봉한 적이 있는데 그때 이후 처음”이라며 “팬데믹 때문에 개봉이 미뤄져 몰린 부분이 있는데 기대도 되고 부담도 된다”고 말했다.

칸영화제 수상 이후 일부에서는 1997년 영화 ‘넘버3’에서 깡패 조필 역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한 그가 드디어 ‘넘버1’으로 등극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그는 이를 “과찬”이라고 했다.

“저는 한 번도 넘버1이 됐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앞으로도 그런 생각은 안 할 거고요. 대한민국의 수많은 영화 팬분들에게 이 영광과 기쁨을 바치겠습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