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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줄기세포 수술한 히딩크, 13년 만에 스쿼시 쳤다며 기뻐해”[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입력 | 2022-06-04 14:00:00


거스 히딩크 감독(오른쪽)이 오른쪽 다리 근력검사(Cybex Test)를 받으며 송준섭 강남제이에스병원 원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신화’를 창출한 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76)은 2013년 10월 10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송준섭 강남제이에스병원 원장(53)을 만난 게 엄청난 행운이었다. 당시 11월 벨기에에서 인공관절 수술을 하기로 예약까지 한 상태에서 송 원장으로부터 제대혈줄기세포 수술법에 대해 들은 것이다. 히딩크 감독은 약 한 달 뒤 송 원장에게 “줄기세포 수술을 받겠다”고 통보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왼쪽)이 송준섭 강남제이에스병원 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러닝머신 걷기 테스트를 하다 엄지척을 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송 원장은 “당시 히딩크 감독이 혹 줄기세포 수술이 실패하면 인공관절이 가능하냐고 물어봤다”고 회상했다. 사실 송 원장에게도 히딩크 감독이 첫 번째 수술이었다. 줄기세포 수술을 가능하게 한 무릎연골 재생 치료제 ‘카티스템’이 2012년 식약청 허가가 났고 송 원장도 뒤늦게 이 혁신적인 치료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지만 시술은 하지 못했었다. 송 원장은 “솔직하게 우리나라에서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골재생술을 막 시도하는 시점이라고 얘기했더니 영문으로 관련 자료를 보내달라고 했다. 그리고 결정했다”고 회상했다. 히딩크 감독은 당시 인공관절 수술을 하면 테니스와 골프 등을 즐기지 못할 것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

히딩크 감독은 2014년 1월 송 원장에게 제대혈줄기세포 무릎 수술을 받은 뒤 새 인생을 살고 있다. 지팡이와 휠체어에서 벗어나 아프기 전 즐기던 테니스와 스쿼시, 골프, 축구를 맘껏 하며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그 고통 안 당해본 사람은 모릅니다. 퇴행성관절염으로 연골이 다 없어져 오른쪽 무릎이 너무 뻣뻣하고 뼈와 뼈가 맞닿아 주는 통증으로 괴로웠죠. 밤에도 가시가 찌르는 듯한 아픔에 잠을 못 이루었죠. 너무 힘들어 제발 편하게 자고 싶다고 신께 빌었습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2016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 사령탑 시절 벽을 향해 공을 차고 있다. 첼시TV화면 캡처

송 원장은 수술 전 히딩크 감독의 상태에 대해 “심한 관절염으로 연골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게다가 무릎 뒤쪽 뼈에 골극(종아리 근육을 당기는 튀어나온 뼈)이 자라 무릎이 완전히 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제대혈줄기세포 수술은 분만 후 아기의 탯줄에서 나온 혈액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배양해 아픈 무릎에 이식시키는 치료법이다. 그럼 연골이 다시 생긴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근원세포인 줄기세포는 손상된 신체조직을 치유, 재생시키는 기능을 한다. 수술당시 60세 후반이었던 히딩크 감독도 사실상 새 연골을 얻었기에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게 됐다. 환자 상태에 따라 줄기세포 수술이 불가능할 경우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 한다. 이 경우 히딩크 감독이 걱정했듯 일상생활에는 문제없지만 스포츠를 즐기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너무 행복합니다. 이제 어떤 직책도 맡고 있지 않아서 매일 스포츠를 즐기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제 여자친구 엘리자베스, 친구들과 테니스를 주 2~3회, 골프도 주 2~3회 칩니다. 축구도 2회 합니다. 수술 전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지난해 9월 퀴라소 대표팀 감독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히딩크 감독은 “테니스를 집중해서(intensive) 친다”고 했다. 게임을 할 때도 있지만 테니스 프로에게 부탁해 코트 구석구석으로 볼을 쳐달라고 해 운동량을 높인다는 것이다. “솔직히 난 달리고 걷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집에 러닝머신이 있지만 그보단 테니스를 격렬하게 2시간 치면 땀도 쫙 빠지고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설명했다. 골프 핸디캡은 10~12인데 “나날이 스코어가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축구는 네덜란드 명문 아약스에서 활약했던 프로선수 출신들과 “가볍게 2시간 씩 즐긴다”고 했다. 축구는 과격한 플레이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격렬한 플레이는 가급적 자제하고 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2016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 사령탑 시절 계단을 뛰어 오르고 있다. 첼시TV 화면 캡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문 첼시 FC 홍보팀은 히딩크가 첼시 사령탑을 맡고 있던 2016년 ‘히딩크 감독의 무릎 수술 전과 후’를 기획해 첼시 TV를 통해 방송하기도 했다. 첼시 TV는 수술 전 계단을 45도 각도로 왼발로 한발씩 오르던 히딩크 감독이 두 발로 뛰어 오르는 모습, 테니스 치고 축구하는 모습을 방영해 화제를 모았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송준섭 강남제이에스병원 원장(오른쪽)이 지켜보는 가운데 러닝머신 걷기 테스트를 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송준섭 원장은 “수술도 중요하지만 체계적인 재활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히딩크 감독은 수술한 뒤 6주간 목발 보행을 했고 2개월 뒤 걸었다. 수술 4개월 뒤부터 고정식 자전거, 수영으로 체력을 키웠고 8개월부터 속보를 시작했다. 1년이 지난 뒤부터 가벼운 달리기도 시작했다. 1년 6개월 뒤부턴 정상생활이 가능했다. 송 원장은 “축구와 테니스 등 고강도 운동은 그 강도에 맞는 허벅지 근육을 키운 뒤 가능했다”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은 이 과정을 충실하게 잘 따랐기에 좋아하는 스포츠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그는 수술이후 네덜란드 대표팀과 첼시 감독을 역임하면서도 이 분야 전문 트레이너들의 도움을 받아 꾸준하게 체력 트레이닝까지 받았다. 지난달 30일 강남제이에스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은 히딩크 감독은 오른쪽 다리 근력검사(Cybex Test)에서 앞뒤 근육의 수치가 동일 연령대 평균에 비해 월등하게 높게 나타났다.

2002 월드컵 개최 20주년 기념 ‘2022 KFA(대한축구협회) 풋볼 페스티벌’에 참석하기 위해 5월 28일 방한한 그는 도착 다음날 뉴코리아CC에서 골프를 쳤고 매일 서울 하얏트호텔 코트에서 테니스를 치고 있다. 그는 “한국을 떠나기 전까지 매일 테니스를 치겠다”며 웃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2016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 사령탑 시절 테니스를 치고 있다. 첼시TV 화면 캡처

송 원장은 “이젠 국내에서 줄기세포 무릎 연골 수술이 많이 확산됐는데 히딩크 감독의 역할도 컸다”고 했다. 송 원장이 지금까지 줄기세포 수술을 2050회 가까이 했는데 그 1호가 히딩크 감독이었던 것이다. 히딩크 감독 덕분에 국내 환자들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얘기다. 그는 “히딩크 감독님이 한국축구의 세계화에도 큰 기여를 했지만 퇴행성관절염의 근본적인 치료인 제대혈줄기세포 수술의 새 지평도 열게 해주셨다”고 했다. 송 원장은 전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 무릎 치료에 대한 SCI급 논문 5편을 등재하기도 했다. 송 원장은 “2017년엔가 히딩크 감독님이 13년 만에 스쿼시를 처음 쳤다고 너무 고맙다는 문자를 보냈을 때 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왼쪽)이 인터뷰가 끝난 뒤 본보 양종구 기자와 활짝 웃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히딩크 감독은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특히 무릎관절이 아프면 사람들의 활동을 제약해 건강한 삶을 방해한다. 무릎 관절이 손상되면 당장 일상생활이 불편하다. 나이가 들수록 문제가 되는 것이 신체의 무게를 고스란히 견뎌야하는 무릎 연골이다. 양반다리로 앉아서 생활하거나 같은 자세로 장시간 쪼그려 앉으면 무릎부터 망가진다. 신체를 단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운동을 할 때 무릎 관절을 다치는 일도 많다. 스포츠나 운동을 하면서도 손상되기도 한다. 무릎 뼈와 뼈가 부딪치지 않도록 이를 보호하는 연골이 한쪽으로 눌려서 조금씩 닳아 없어져 걸을 때마다 무릎이 쑤시고 아프다. 결국 두 다리로 잘 걷지 못해 하체 근육이 사라지면서 노년기 건강 수명을 갉아먹는다.

100세 시대, 건강한 삶에 있어 이제 운동은 필수다. 운동 등 왕성한 활동을 해야 모든 만성질환(고혈압 등 심혈관질환, 암, 당뇨, 치매 등)을 예방할 수 있다. 스포츠 마니아 히딩크 감독은 “수술로 다시 얻은 무릎은 내 인생 최고의 선물”이라고 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