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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어두운옷 입고 무단횡단한 보행자 치어 사망…운전자 무죄

입력 | 2022-06-02 15:22:00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새벽에 어두운 옷을 입은 채 왕복 8차로를 무단횡단하는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운전자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2일 인천지법 형사11단독(정현설 판사)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 A 씨(65)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8월 16일 오전 5시 5분경 자신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몰고 인천시 부평구 왕복 8차로 도로를 지나다 무단횡단하던 여성 B 씨(72)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B 씨는 횡단보도가 없는 4차로 도로를 지난 뒤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도로로 계속 걷던 중 A 씨의 차량에 치여 숨졌다.

검찰은 자동차전용도로가 아닌 일반도로에서 차량을 운전했기에 A 씨가 앞을 제대로 봤어야 했고, 무단횡단하던 B 씨를 발견했으면 속도를 줄여야 하는 법적 책임이 있다며 그를 재판에 넘겼다.

A 씨는 법정에서 “사고 당시는 해가 뜨기 전이었고 피해자가 어두운 옷을 입은 채 왕복 8차로 도로를 무단횡단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제한속도를 지켰고 앞도 제대로 봤지만 충돌할 때까지 피해자를 볼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차량 운전자에게 이같이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대비해야 할 의무가 없다면서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정 판사는 “사고 지점 도로의 제한속도는 시속 50㎞인데 도로교통공단의 의견에 따르면 피고인이 제한속도를 위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일출 전으로 어두운 상태였고, 피해자도 비교적 어두운 옷을 입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으로서는 중앙선 인근에 서 있는 피해자의 움직임을 식별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상황까지 예상해 운전해야 할 주의의무가 피고인에게 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