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주간 봉쇄조치에 대탈출 우려 市당국 “내달부터 정상화” 밝혔지만 교민들 “과거 해제약속 지킨적 없어” 경제난도 가중… 귀국 선택 늘어
“상하이 탈출하자” 역 향하는 수 km 행렬 16일 중국 상하이시를 떠나려는 사람들이 훙차오역으로 몰려 인근 도로를 따라 수 km에 이르는 행렬이 늘어섰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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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에서 16년째 살고 있는 교민 이모 씨(50)는 상하이 당국의 전면 봉쇄가 시작된 지 52일 만인 22일 처음으로 시내 외출을 나갔다. 시 당국이 16일부터 ‘외출권’을 발급하며 제한적으로 주민들의 외출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시내는 골목마다 자전거로 펜스가 쳐져 있었고, 골목 하나를 지날 때마다 방역 요원에게 외출증을 보여줘야 했다. 이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마트, 편의점 등 문을 연 곳이 없었고 통행권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 마치 북한 같았다”고 했다.
상하이시 당국은 1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 강도를 점진적으로 낮춰 다음 달부터 전면 정상화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지 교민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상하이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오명록 씨(30)는 “4월 5일부터 지금까지 대여섯 번 정상화를 약속했는데도 봉쇄 해제는 없었다”며 회의감을 나타냈다. 주재원인 남편과 함께 상하이에서 10년째 거주해온 김모 씨(35)는 “통행권을 받아 겨우 외출을 나갔지만 전쟁이 난 것처럼 한인 마트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며 영업 중인 가게가 거의 없다고 전했다.
8주간 봉쇄가 이어지며 교민들의 경제난도 커지고 있다. 미용실 영업이 강제로 중단된 오 씨는 “일을 못 하니 월급도 못 주는 상황”이라고 했다. 9년째 상하이의 인테리어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A 씨(48)는 “현장 업무를 아예 할 수 없어 매출이 제로인 상태”라고 했다. 20일 상하이시 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산업생산은 지난해 4월 대비 61.5% 감소했고, 소매 판매는 동월 대비 48.3%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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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서 1년째 유학 중인 이모 씨(27)는 “주변의 한국인 유학생 중 70% 이상이 이미 귀국한 것 같다”고 전했다. 문혜영 씨(33)는 “한국인 지인이 주재원으로 있던 기업에서 퇴사하고 귀국을 택했다”고 했다. 김 씨는 “남편이 재택근무가 가능해 한국에 가는 항공편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