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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이 지난 3월 전력 판매로 입은 손해가 3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연료비가 급등해 전력 구입비 부담이 불어나면서 영업 실적이 악화되는 모습이다.
16일 한전의 최신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 3월 구입단가는 킬로와트시(㎾h)당 153.4원으로 전년 동기(88.0원) 대비 74.4% 올랐다. 같은 기간 판매단가는 ㎾h당 100.7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에 그쳤다.
구입량과 판매량은 각각 4만7929기가와트시(GWh), 4만5837GWh였으며, 전력 구입비와 판매수익은 각각 7조3512억원, 4조6138억원이었다. 전력을 비싸게 사고, 싸게 팔아 한 달 동안 2조7000억여 원의 손해를 입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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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공시된 한전 영업(잠정)실적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조3525억원 감소해 7조7869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는 한전의 1분기 기준 사상 최대 수준 적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5조8601억원)보다도 2조원이나 큰 액수다. 올해 단 1분기 만에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를 뛰어넘은 셈이다.
특히 이번 적자는 연료 가격이 전기요금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원가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해 1분기 t(톤)당 LNG 가격은 132만7500원으로 전년 동기(54만7600원)와 비교해 142% 상승했다. 유연탄 가격도 t당 260.6달러로 전년 동기(89.4달러)에 비해 191%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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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한전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9.1% 늘어난 16조4641억원였음에도 연료비와 전력구입비 등으로 영업 비용이 전년 동기보다 67% 치솟아 24조2510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를 보게 됐다.
한전의 자금조달 능력 역시 한계치에 다다랐다. 지난 10일 기준 한전의 채권발행액은 15조600억원이었으며, 차입금은 4월 말 기준 51조5000억원까지 늘어났다. 연료비 단가 상승이 지속될 경우 자본잠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나금융투자는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 연료비 단가 수준이 지속되는 경우 자본잠식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매월 사채로 운영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분명 정상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전은 연료비 등 원가 변동분이 전기요금에 합리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고금리·고유가·고환율의 이른바 ‘3고(高) 경제위기’에 제대로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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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규모인 59조원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으로 시중에 20조원 이상의 현금일 풀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장 국가 전체에 영향을 주는 전기요금을 손대기도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한전이 올해 대규모 영업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하는 한편,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안도 지방선거가 끝난 뒤인 하반기에나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나민식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유연탄,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한다는 가정 하에 올해 연간 영업적자 16조원을 전망하고 있다”며 “하반기까지 연료가격 상승이 지속되면 적자 폭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나 연구원은 “한전의 적자는 전기요금 인상 압력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하반기에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정부의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인수위 역시 전기요금 인상폭 및 시기에 대해 하반기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