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 사과주-무주 머루주 등 각지 농산물로 빚은 국산 와인 인기 MZ세대 호응에 매출 1년새 21%↑ 와이너리 체험-와인 축제 등 관광상품으로 지역경제도 살려 일반주류와 달리 온라인구매도 가능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만찬 테이블에 올랐던 국산 와인들이 주목받고 있다. 왼쪽부터 강원 홍천의 ‘너브내 스파클링 애플 라이트’, 경기 양평 ‘허니문’, 전북 무주 ‘붉은진주 머루’, 충북 영동 ‘샤토미소 로제스위트’, 경남 사천 ‘다래와인 스위트 3004’. 각 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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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 포도’로 빚은 스위트 와인, ‘사천 키위’를 넣은 와인….
10일 열린 제20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만찬에 전국 각지 농산물로 빚은 와인이 만찬주로 오르며 국산 와인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날 만찬주는 모두 국산으로 6종 중 5종이 와인이었고 나머지 1종이 청주(淸酒)였다.
취임식 만찬 테이블에 오른 국산 와인은 강원 홍천 사과로 만든 ‘너브내 스파클링 애플 라이트’, 경기 양평 벌꿀을 넣은 ‘허니문’, 전북 무주산(産) ‘붉은진주 머루’, 충북 영동 ‘샤토미소 로제스위트’, 경남 사천의 ‘다래와인 스위트 3004’였다. 제주 ‘니모메(너의 마음에)’만 청주였다.
○ 와인 인기 커지자 국산 와인 덩달아 성장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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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탁주, 증류주 등 전통주 가운데서도 와인의 입지는 확고한 편이다. 한국농수산식품공사(aT)가 2월 발간한 ‘2021년 주류시장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전체 전통주는 출고 금액을 기준으로 627억 원으로 2017년 이후 지속 성장세다. 2019년(531억 원)에 비하면 18% 증가했다. 그중 와인, 복분자주 등 과실주는 전체 출고 금액의 23% 이상을 차지해 탁주(29%)와 거의 맞먹었다. 약주·청주는 16%, 증류식 소주는 12%에 그쳤다. 전통주가 아닌 일반 소주, 맥주 등이 전부 포함된 전체 주류 출고 금액에서 과실주가 1%만을 차지하는 것과 대비된다.
○ 농촌 지역경제 ‘효자’ 노릇 톡톡히
와인은 농촌 지역경제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만찬주 와인 5종의 생산지 중 충북 영동군은 와인이 주요 산업으로 자리 잡은 지역으로 꼽힌다. 캠벨포도부터 머루포도, 샤인머스캣까지 국내 최대 규모(군 단위 기준)로 포도를 생산하는 영동군은 2005년 포도 와인산업특구로 지정돼 운영 중인 ‘농가형 와이너리’가 40곳에 이른다.영동 와인이 대대적인 국가 행사에 사용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여포의 꿈’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당시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이 참석한 만찬에서 사용되며 품절 대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와인은 판매 수익은 물론 농가에 관광 수입까지 가져다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영동 와인터널, 광명 와인동굴, 영월 예밀와인축제 등 지역별로 와인 축제를 활발히 개최해 관광객 발길을 모았다. 또 국내 와이너리는 와인 제조자가 직접 농사까지 짓는 농가형 와이너리가 대부분인 만큼 수확철에 방문 시 포도 따기, 뱅쇼 만들기 등 각종 체험도 할 수 있어 반응이 좋다. 영동군청 관계자는 “와인은 사실 판매를 넘어 관광 수요까지 이어지는 6차 산업”이라며 “농가들도 상품 개발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판매가 가능한 점도 국산 와인의 장점이자 농가엔 매출 확대 도구다. 일반 주류는 온라인 판매·배송이 불가능한 것과 달리 국산 와인은 전통주산업법에 따라 일반 온라인 쇼핑몰이나 카카오톡 선물하기 등을 통해 성인임을 인증하면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현재 카카오 선물하기 내 전통주 카테고리에서 상품 판매량 기준으로 와인·과실주가 최상위에 올라 있는 상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산 와인은 온라인 선물 수요가 많다”며 “아직 전체 주류 판매량에서 국산 와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2030세대를 중심으로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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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