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서 귀갓길 횡단보도 건너다 신호위반 승합차에 치여 100m 끌려가 사고 현장 CCTV 없는 사각지대 ‘법적 의무’ 인솔교사 동승도 없어 경찰, 뺑소니 혐의 운전자 입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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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경남 거제시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귀갓길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생이 신호를 위반한 학원 승합차에 치여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이 어린이는 사고 후 차량 밑에 끼여 100m나 끌려갔지만 승합차 운전자는 사고가 난 줄도 몰랐다고 했다. 해당 장소는 사고 다발구간이었지만 폐쇄회로(CC)TV가 설치되지 않았고, 승합차에는 학원 원생 10여 명이 탑승해 있었지만 법적 의무인 인솔 교사 동승도 이뤄지지 않았다.
○ 신호위반 차량에 치인 뒤 100m 끌려가
4일 사고가 난 경남 거제시 상동동 초등학교 인근 횡단보도. 경남경찰청 제공
현장에서 사고를 목격한 시민들이 119에 신고했고, A 군은 심폐소생술(CPR) 등 응급조치를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졌다. 머리와 폐 등을 크게 다친 A 군은 부산의 한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만 나흘 넘게 지난 현재까지도 의식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반면 사고를 낸 B 씨는 현장에서 사라졌다. 경찰은 사고 후 CCTV 추적을 통해 B 씨의 차량을 특정했다. 이날 오후 4시경 연락을 받고 경찰에 출석한 운전자 B 씨는 “A 군을 보지 못했고 사고가 난 것도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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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림이법도, 민식이법도 무용지물
사진은 초등학생을 치여 중상을 입힌 학원 승합차. 경남경찰청 제공
학교 측과 학부모들도 그동안 수차례 경찰과 거제시에 CCTV 설치를 요청했지만 ‘예산이 부족하다’며 거부당했다. 정문에 비해 후문에는 차량 통행이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경찰 관계자는 “무인단속장비 한 대가 3000만 원 정도”라며 “한정된 재원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해마다 우선순위를 정해 설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남지역은 스쿨존 1227곳 중 492곳에만 CCTV가 설치돼 있다. 설치율은 40.0%로 제주(27%), 경북(33%) 다음으로 낮다.
당시 승합차에는 원생 10여 명이 타고 있었지만 인솔 교사는 없었다. 2015년 세림이법이 시행되면서 통학차량에는 승하차를 돕는 인솔자가 함께 타야 하는데, 해당 규정도 위반한 것이다. 인솔자가 있었다면 A 군이 100m가량 끌려가면서 피해가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거제=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