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목받는 친환경 ‘수열에너지’ 하천-바다에서 물 끌어와 열 관리… 관로 등 초기 비용은 많이 들지만 온실가스 배출 크게 줄일 수 있고… 냉각탑 필요 없어 도심 환경 도움 국내선 아직 생산량 많지 않지만… 물 공급 인프라 뛰어나 장래 밝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는 하루 약 5만 t의 한강물을 공급받아 수열에너지를 생산한다. 이곳은 전체 냉난방 에너지의 약 10%를 수열에너지로 대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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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서초구 동작대로 남단에 위치한 한강홍수통제소 지하 기계실. 팔당댐에서 수도권으로 연결되는 광역 관로(管路)에서 끌어온 물이 실타래처럼 얽힌 지름 20cm의 관로를 타고 열교환기와 히트펌프로 들어갔다. 이 물은 건물 냉난방에 필요한 에너지를 전달한 뒤 다시 관로로 돌아간다.
이 모습은 친환경 재생에너지 중 하나인 수열에너지가 생산되는 과정이다. 여름에는 물을 통해 건물의 열을 내보내 냉방을 하고, 겨울에는 물에 있는 열에너지를 가져와 난방을 하는 원리다. 지난해 4월 수열에너지를 도입한 한강홍수통제소는 냉난방에 필요한 에너지의 약 40%를 수열에너지로 대체했다. 가스나 전기를 사용하는 기존 냉난방 시스템 가동률이 낮아지자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도 30∼40%가량 줄어든 것으로 환경부는 추산하고 있다. 김광렬 한국수자원공사 수열에너지사업부장은 “물의 에너지만 냉난방에 이용하기 때문에 수량이 변하거나 오염원이 유입되는 경우가 없다”고 설명했다.
○ 아직 걸음마 수준인 수열에너지
지하 6층에서 운영하는 약 2만 ㎡ 규모의 에너지센터. 롯데물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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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열에너지 도입이 더뎠던 것은 ‘친환경’이라는 장점이 큰 대신 초기 투자비용이 많고 입지 조건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건물까지 물을 끌어오는 거리가 멀수록 관로 등의 설치비용이 더 든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2020년 수열에너지 생산량은 2만1258TOE(석유환산톤·1TOE는 석유 1t의 열량)로 2017년 7941TOE 대비 약 2.7배로 늘었지만, 전체 신재생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탄소배출량 감축이 국가 에너지 정책의 핵심이 되면서 수열에너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열에너지 활용도를 높이면 건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2019년 국내에서 배출된 온실가스 7억137만 t 중 21%가 건물에서 발생했다.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여겨지는 수송 분야(14.6%)보다 비중이 높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에선 건물의 온실가스 배출량 비중이 68.7%(2019년)로 전국 평균보다 더 높다. 발전 및 생산 시설이 적은데 주택과 사무용 건물이 밀집한 탓이다.
○ 물 공급 인프라 뛰어난 한국, 수열에너지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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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최근 민간 건물의 수열에너지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최근 삼성서울병원, 미래에셋자산운용 등과 공급 협약을 맺고 총 9개 건물에 설계비 1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최종민 한밭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독일 등 유럽에선 건물의 재생에너지 사용을 의무화하고, 보조금 등 혜택을 늘리고 있다”며 “도심 관로가 잘 깔려 있는 한국은 하천수 활용도를 더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