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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원수]장관급 경찰청장

입력 | 2022-04-09 03:00:00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올 2월 퇴직 경찰 모임인 경우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대통령이 되면 경찰청장의 직급 상향을 반드시 하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경찰청은 차관급인 경찰청장의 직급을 장관급으로 올리는 방안을 보고했다. 대통령령에 정해진 경찰청장 보수규정만 바꾸면 되기 때문에 방향만 정해지면 쉽게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이 경찰청의 설명이다. 하지만 경찰청장이 지금의 직위를 갖게 된 데는 그럴 만한 이유와 역사가 있다.

▷제헌의회가 헌법 제정에 이어 통과시킨 ‘1호 법률’은 정부조직법이다. 내무부 산하 치안국이 경찰 업무를 맡는 것이 원안이었다. 그런데 제헌의원 198명 중 40명이 내무부와 별도로 치안부를 두고, 치안부장을 장관급으로 하자는 수정안을 냈다. 격론 끝에 원안이 채택됐다. 광복 직후 일부 경찰의 횡포에 대한 반감이 컸는데, 경찰의 위상을 키우면 자칫 ‘경찰국가’가 될지 모른다는 경계론이 의원들에게 있었다.

▷미군정 3년 동안 경찰총수는 경무부장이었다. 현재 법무부 장관이 사법부장이었다는 점과 비교한다면 사실상 장관급이었다. 정부 수립과 함께 경찰총수의 지위가 이사관급인 내무부 치안국장으로 내려갔다. 유신 때인 1974년 치안국장을 치안본부장으로 승격시키면서 경찰총수는 차관급이 됐다. 1991년 경찰청 설립 때 야당은 경찰청장을 국회 인준을 받아 임명하되 직급을 장관급으로 높이자고 제안했지만 여당이 거부했다.

▷이승만 정부 때 경찰총수 아래 경무관 총경 경감 경위 경사 순경 등 6개의 계급이 있었다. 당시 순경에서 경무관으로 진급한 곽영주는 ‘부부통령’이라고 불릴 만큼 위세가 대단했다. 박정희 정부 때인 1969년엔 경찰총수의 계급이 치안총감으로 바뀌고, 치안감과 경정, 경장이 신설됐다. 1980년 치안정감이 추가되면서 현재와 같은 11계급 구조가 만들어졌다. 군사 독재 시절 권력에 충성한 경찰은 그 반대급부로 5000명이던 경찰 조직을 현재 13만 명으로 늘렸다.

▷전체 경찰의 85%인 비간부는 3계급, 15%인 간부는 8계급 구조다. 경찰청장 직급을 올리면 간부가 9계급이 된다. 과거 경감과 총경 보직이던 경찰서장은 현재 경정과 총경, 경무관 등 3계급이 맡을 수 있다. 이런 기형적인 구조부터 먼저 바로잡아야 한다. 경찰청장의 직급을 올리면 차관급 제복조직의 수장인 소방청장, 해양경찰청장과의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 경찰은 수사권 조정으로 장관급인 검찰총장과의 대등한 관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경찰 6명 중 1명 정도만 수사 업무를 맡고 있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은 수사기관장이지만 차관급이다.
 

정원수 논설위원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