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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김진욱 공수처장 거취표명 요구하는 여론 있어”

입력 | 2022-03-31 03:00:00

공수처와 간담회… 공정성 미흡 지적
수사사건 이첩 요청권 등 규정한…공수처법 24조 개정 놓고 대립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관계자들이 인수위와 간담회를 갖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2.3.30. 인수위사진기자단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30일 김진욱 공수처장의 거취 문제와 공수처 존립의 근거로 여겨지는 공수처법 24조 개정 여부를 놓고 대립했다.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와 공수처는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1시간 40분가량 간담회를 했다. 이후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인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은 브리핑을 통해 “공수처가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 미흡해 (공수처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또 “(간담회에서) 김 처장이 거취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국민적 여론이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여운국 공수처 차장은 “이런 내용을 김 처장에게 보고하겠다”고 답변했다고 이 의원은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 김 처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공수처법상 김 처장의 임기는 2024년 1월까지다. 독립기관의 장인 김 처장의 거취 표명을 압박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이 의원은 다시 브리핑에 나서 “인수위는 그런 것을 요구할 위치에 있지 않다”면서 “공수처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거의 바닥이라는 여론을 전달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도 재차 “(김 처장이) 어느 정도 책임져야 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을 전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간담회에서는 공수처법 24조의 개정 여부를 놓고 평행선을 달렸다. 공수처법 24조는 다른 수사기관이 인지한 고위공직자 범죄를 공수처에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한 조항이다. 검찰과 경찰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우위권을 보장한 것으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이를 대폭 손질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의원은 “공수처장의 사건 이첩 요청권은 공수처장의 자의적 행사가 우려된다”며 “인수위와 법무부, 검찰, 경찰 모두 개정 필요성에 찬성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공수처는 “공수처법 24조는 공수처 존립의 근거”라며 개정에 반대했다. 공수처는 다만 수사능력 부족 논란에 “뼈를 깎는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언론인 등에 대한 무차별 통신 조회 논란에도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몸을 낮췄다.



공직범죄 이첩 놓고… “수사지연 부작용” vs “공수처 존립근거”


인수위-공수처, ‘공수처법 24조’ 대립
‘공수처에 사건통보-의무이첩’ 규정… 윤석열 “독소조항 폐지” 대선 공약
인수위 “이첩요구, 자의적 행사 우려”
… 공수처 “오히려 중복수사 막는 기능”언론인 무분별 통신조회 논란에 공수처 “통신수사심사관 등 도입”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24조 때문에 핑퐁 수사가 발생하고 수사 지연 등 여러 부작용이 있었다.”(인수위 관계자)

“공수처법 24조는 공수처의 존립 근거가 되는 조항이다.”(공수처 관계자)

30일 오전 10시부터 열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공수처의 간담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독소조항’이라고 부르며 폐지를 공약했던 ‘공수처법 24조’를 둘러싸고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이날 간담회는 정부부처 업무보고와 달리 인수위원과 참석자가 ‘인사말씀’을 나누고 서로 예우를 갖추면서 시작됐다. 공수처가 행정부 소속이 아니라 독립기관이라는 점을 감안한 것. 하지만 간담회가 본격화되자 공수처법 24조 폐지, 통신조회 논란 등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면서 예정된 1시간을 넘겨 1시간 30분 가까이 진행됐다.
○ ‘의무 이첩’ 조항 놓고 갑론을박

김진욱 고위공직자수사처장이 30일 오후6시15분경 퇴근을 하기 위해 정부과천청사를 나서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이날 간담회에는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인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 여운국 공수처 차장 등이 참석했다.

이 의원은 간담회를 마친 후 브리핑에서 공수처법 24조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고 밝혔다.

공수처법 24조는 검경 등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했을 경우 공수처에 알리고, 공수처장이 요청하면 사건을 넘기도록 하고 있다. 사실상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에 대해 공수처의 우월적 지위를 보장한 조항이다.

이 의원은 “공수처법 24조 1항인 공수처장의 사건 이첩 요청권의 경우 자의적 행사가 우려된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했다. 반면 공수처는 공수처법 24조가 “공수처의 존재 근거가 되는 조항”이라면서 반드시 존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공수처는 간담회에서 “중복 수사를 막는 기능을 하고 있고 우월적 조항이 아니다”며 “지난 1년 동안 단 2건만 이첩을 요청했는데 경찰로부터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사건을 이첩받았고, 검찰에는 요청했지만 이첩을 받지 못한 만큼 실질적으로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했다고 이 의원은 전했다.

이 의원은 또 “공수처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거의 바닥”이라며 “공수처장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있다는 것을 (공수처에) 얘기했다”고 밝혔다. 다만 인수위 차원에서 공수처 폐지를 논의했냐는 질문에는 “공수처는 독립기관”이라며 “폐지는 국회 차원의 문제”라고 답했다. 공수처법 24조 개정은 물론이고 공수처 폐지 여부 등이 모두 입법 사항인 만큼 더불어민주당의 동의 없이 인수위나 국민의힘 측이 밀어붙일 수 없다는 뜻이다.
○ ‘통신조회 논란’ 공수처 “통신수사심사관 신설”
공수처의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언론인 등을 대상으로 한 무분별한 통신조회 논란에 대해서도 인수위의 질타가 이어졌다. 이에 대해 여 차장은 “언론 자유가 침해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통신수사심사관, 인권수사정책관을 도입하고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수사자문단을 활성화하는 등 통제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공수처는 이르면 이번 주에 통신조회 논란과 관련해 개선책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여 차장은 공수처가 윤 당선인을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 중인 고발사주 의혹과 재판부 사찰 문건 작성 의혹 사건의 주임검사다. 다만 간담회에서는 공수처가 수사 중인 현안 사건에 대한 질의는 일절 없었다고 한다. 공수처 관계자는 “간담회 거의 대부분이 공수처법 24조와 관련된 논의였다”고 전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24조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인지한 경우 이를 공수처에 통보해야 하고, 공수처장의 이첩 요구가 있을 경우 해당 수사기관이 응해야 한다는 내용.


조아라 기자 likeit@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