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전 ‘유령 패션’ 안창홍 작가 주인공은 보이지 않는 멋진 옷들 자본-권력에 짓눌린 사람들 풍자 화려해 보여도 자아는 오간 데 없어
개인전 ‘유령 패션’ 전시 작품 앞에 선 안창홍 작가. ‘유령 패션’ 연작은 디지털펜화, 유화, 입체로 다양하게 변주했다. 그는 “여러 방식으로 메시지가 폭넓게 전달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사비나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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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나길 그늘진 곳을 쫓는 사람이 있다. 안창홍 작가(69)의 시선은 늘 시대의 어두운 면에 머물렀다.
“사회의 응달은 없어지지 않아요. 세상이 우리가 꿈꾸는 것만큼 달콤하지 않죠. 응달 속에 사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알기에 일종의 사명감을 갖고 그림을 그립니다.”
그의 작품은 평범한 소시민에게서 시대의 아픔을 직면하게 만든다. 안 작가가 이번에 내놓은 화두 역시 인간의 ‘공허함’이다. 서울 은평구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유령 패션’은 욕망의 허상을 다룬다. 지난해 에콰도르 키토에서 전시를 연 그의 귀국 보고전으로, 회화 및 조각 32점과 디지털펜화 105점, ‘마스크’ 연작 23점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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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현실참여주의적’이라고 표현했다. 가족과 떨어져 경기 양평군 외딴 마을에 작업실을 두고 고립된 생활을 하는 것도 문명의 폭력성을 더 절실히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작품이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에도 굴하지 않았다. ‘작가는 그림을 통해 자기 안의 언어를 발언하는 사람’이라는 신념 때문이다. 반골 기질을 타고났더라도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게 괴롭지는 않으냐고 물었다. 작가는 가벼이 웃다 말했다.
“힘듭니다. 힘든데도 외면할 순 없잖아요. 사회가 불운하면 작가도 암울할 줄 알아야죠.”
5월 29일까지. 5000∼7000원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