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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운동에 과하게 집착 않고 즐겁게 살면 치매 덜 걸려요”

입력 | 2022-02-24 03:00:00

치매 극복 기술의 현황과 전망은
치매 증상 일으키는 알츠하이머병… 서서히 시작해서 갈수록 증세 악화
치료제는 아직 없어… 현재 개발 중
미리 예측하고 위험인자 관리 필요… 관절염 등 질환은 신속히 치료해야






제주에서 열린 제5회 알츠하이머병신경과학포럼의 공동조직위원장인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김상윤 교수(오른쪽)와 조선대 광주치매코호트연구단 이건호 단장(의생명과학과 교수)이 치매 극복 기술 현황과 전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조선대 제공


고령화시대에 접어들면서 치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제주에서 조선대·분당서울대병원이 공동으로 ‘제5회 알츠하이머병신경과학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에선 국내 대학병원의 치매 임상전문가, 뇌과학자, 바이오·의료 데이터분석 전문가 등 200여 명이 모여 치매의 대표적 질환인 알츠하이머병 극복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논의했다. 이 포럼의 공동조직위원장인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김상윤 교수와 조선대 광주치매코호트연구단 이건호 단장(의생명과학과 교수)을 만나 치매 극복 기술 현황과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일반적으로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은 다른가
.

“치매는 ‘심한 복통’이라는 표현처럼 ‘인지기능장애가 심한 상태’라는 증상을 일컫는 용어다. 질환을 뜻하는 용어는 아니다. 치매는 100여 가지 질환에 의해 생기며 일부는 저절로 좋아지기도 하고, 어떻게 해도 계속 나빠지는 경우도 있다. 치매의 60∼70%를 차지하는 원인질환은 알츠하이머병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서서히 시작해서 계속 나빠지는 질환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질환이고, 치매는 알츠하이머병의 가장 중요한 증상이다. 알츠하이머병과 치매를 혼동해서 사용하면 안 된다.”(김 교수)

―최근에 미국에서 치매치료제 개발 발표를 했다. ‘비아그라가 치매에 좋다’고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다.

“현재 알츠하이머병은 증상을 줄이는 치료는 일부 가능하나 질환 자체의 치료는 불가능하다. 미국에서 개발된 약은 ‘아두카누맙’이라는 약으로 면역억제제다. 주사를 매번 맞아야 하는데 가격도 비싸다. 증상이 나빠지는 것을 덜 나빠지게 하는 효과는 있지만 좋아지게 하지는 못한다. 임상적으로는 큰 효과가 없다는 이야기다. 비아그라의 경우 오래 먹은 사람이 알츠하이머병에 덜 걸린다는 리포트가 최근에 있었다. 하지만 심장 등의 다른 부작용을 생각하면 매일 먹을 수 있을까? 추천할 약이라고 볼 수 없다. 최근 국내 회사가 뇌에 직접 작용하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임상 2상을 완료해서 기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임상 3상 최종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김 교수)

―결국 조기 발견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치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측이다. 일단 알츠하이머병으로 치매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뇌손상이 너무 심해 사실상 치료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현재 다양한 치매 조기예측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자기공명영상(MRI)검사, 혈액검사, 유전자검사, 인지검사 등을 통해 치매 조기 예측이 시도되고 있다. 현재까지 가장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는 분야는 MRI 기반 치매 예측 인공지능이다. 이 기술은 치매환자와 정상인의 뇌 사진을 인공지능 기법으로 컴퓨터를 학습시켜 개발했다. 이 분야는 앞으로 충분한 MRI 데이터 확보가 중요하다. 혈액에 있는 아밀로이드 성분을 측정하여 치매를 예측하는 방법도 있는데 혈액 내 양이 너무 적어 정확한 측정이 어렵고 병리학적 인과관계가 불분명해 널리 보급되지는 못했다. 유전체 분석기술은 인종 간 차이가 심하고 1만 명 이상의 방대한 유전체 빅데이터가 필요해 개발이 더디지만 잘되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적용할 수 있어 파급효과는 크다. 설문을 통한 인지검사는 검사자의 전문성과 숙련도에 따라 검사 결과의 편차가 심해 보편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한계점이 있다. 따라서 다양한 치매 예측기술을 이용하여 치매를 조기에 예측해서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초기 무증상 환자들의 데이터를 보다 많이 축적하고 이를 활용해 치매 발병을 보다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다양한 인공지능기술이 조만간 실용화될 것으로 본다.”(이 교수)

―치매 예방을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평소 치매 위험인자를 잘 치료해야 된다. 고혈압 당뇨병 콜레스테롤 조절, 금주 금연 등이다. 다 알고 있는 것이지만 실천이 참 어렵다. 우울증도 없어야 한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질환들은 빨리 치료를 해야 된다. 관절염이 대표적이다. 관절염이 있으면 잘 못 걷고, 걷지 못하면 기분이 우울하고, 우울하면 치매 증상이 나빠진다. 두 번째는 쓸데없는 치료를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몸에 좋다는 약물을 너무 많이 먹어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고 또 심지어는 운동을 너무 많이 해서 문제 되는 경우도 있다. 매일 운동을 가볍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즐겁게 생활하는 것이다.”(김 교수)

“치매 고위험군을 장기간 추적하다 보면 같은 알츠하이머병이지만 어떤 환자는 빨리 진행하고 어떤 환자는 인지장애 없이 인지정상 상태가 유지되는 분들이 있다. 인지장애가 빠르게 진행되는 분들은 치매 유발 유전인자를 갖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뇌의 염증 수치가 상당히 높은 경향이 뚜렷하다. 최근 뇌의 염증이 장이나 구강에 서식하는 유해균에 의해 유발된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구강건강과 장 건강을 위해 유산균 복용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이 교수)




제주=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