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중국 베이징 국립 아쿠아틱 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단체전 한국과 스웨덴의 경기에서 팀킴이 4-8로 패했다. 뉴스1
2018 평창에서 한국컬링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은메달)을 획득하고 ‘영미 신드롬’을 만든 주인공들의 이후 4년은 순탄치 않았다. 광고 섭외가 물밀 듯 들어온 것도 잠시, 그해 말 대한컬링연맹 전임 집행부와 지도자 갑질 등으로 갈등을 겪어야 했다. 부당대우를 호소하며 선수들은 기자회견에 나섰고 문화체육관광부 감사에서 집행부 간부들의 선수 보조금 횡령 등이 드러나 수사를 받고 법정에서 실형도 선고받았다.
17일 중국 베이징 국립 아쿠아틱 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단체전 한국과 스웨덴의 경기에서 팀킴 김은정이 4-8로 패한 뒤 아쉬운 표정으로 자리를 떠나고 있다. 뉴스1
힘든 시간을 겪으며 팀도 잠시 깨졌다. 2년간 태극마크의 주인공은 김선영(리드), 김영미(세컨), 김경애(서드), 김은정(스킵), 김초희(후보)로 구성된 ‘팀 킴’이 아닌 다른 팀이었다. 지난해 3월 강릉시청에 둥지를 틀 때까지 한동안 동호인처럼 살았다.
최고 중의 최고들이 모이는 올림픽은 쉽지 않은 곳이었다. 4년 전 물샐 틈 없는 모습으로 올림픽 메달까지 획득한 선수들은 기복이 심했다. 어느 순간 ‘그때’의 모습을 회복한 듯 하다가도 경기장 환경 변화에 애를 먹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경쟁자들이 평창 대회 이후 치열하게 ‘다음’에 집중하는 동안 불가피하게 공백기를 가진 여파가 없을 수 없었다. 선수들과 함께 울먹였던 임명섭 여자컬링 대표팀 감독이 선수들을 향해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자랑스럽다”는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니다.
“다음 올림픽에 도전 하겠다”고 한 팀 킴의 다음 올림픽 여정은 선수들이 노력만 한다면 경기 외적으로 마음고생할 일은 없을 듯 하다. 한국 선수단 부단장 자격으로 이번 올림픽에 참가해 선수들의 모든 경기를 직관하며 응원을 아끼지 않은 김용빈 대한컬링연맹 회장은 17일 선수들의 올림픽 여정이 끝난 후 “향후에도 아낌없는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 컬링의 다음 ‘큰 그림’은 세계컬링선수권의 한국 유치다. 이번 올림픽 기간 동안 김 회장은 세계컬링연맹 회장 등 국제 컬링계 관계자들을 만나 세계여자선수권대회를 한국에 유치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고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세계선수권 등 큰 스포츠대회를 치르면 이를 계기로 경기장 시설 등 환경이 좋아진다. 국내 최고의 시설을 갖춘 강릉 컬링장도 평창 대회의 유산이다.
베이징=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