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아파트값 1년3개월만에 하락…가격 크게 낮춘 급매물만 거래돼 삼성동 저층은 14억 낮게 팔리기도 대선 앞두고 관망세…거래절벽 심화 “대출 규제-금리 인상에 조정 지속”… 잠실5단지 등 재건축 집값은 ‘들썩’
“매물이 조금씩 쌓이면서 호가를 내리겠다는 집주인이 늘고 있어요. 집값은 내렸는데 선뜻 사겠다는 사람은 없어요.”(서울 강남구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서울 강남구 대치동 4000채 규모의 대단지인 은마아파트 30평대(전용면적 76m²) 아파트는 지난달 11일 24억9000만 원에 팔렸다. 지난해 11월 26억3500만 원에 거래된 이후 1억4500만 원 떨어졌다. 현재 최저 호가는 22억 원대로 낮아졌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매수자들은 20억 원 이하에 사려 해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17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아파트 가격이 1년 3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집값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으로 매수심리가 위축되며 거래가 급감하자 집주인들이 하나둘 호가를 내리는 분위기다.
이번 주 2주 연속 아파트 값이 하락한 서울 송파구도 급매 위주로 거래되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2700채 규모의 레이크팰리스는 이달 8일 전용 84m²가 23억 원에 팔렸다. 지난해 11월 매매가(24억8000만 원)보다 1억8000만 원 하락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다른 집으로 옮기려는 집주인이 급하게 팔아야 했던 매물”이라며 “급매 위주로 가뭄에 콩 나듯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대선을 앞두고 관망세가 짙어지며 거래가 실종된 단지도 적지 않다. 매수자와 매도자 간 힘겨루기가 이어지며 거래절벽이 심화되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2400채 규모의 삼풍아파트는 지난해 12월 두 건이 거래된 이후 올 1월부터 한 건의 거래 신고도 이뤄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관망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급매물 위주의 하락 거래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연구위원은 “집값 고점에 대한 피로감, 대출 규제, 금리 인상 등으로 적어도 올 상반기(1∼6월)까지는 집값 조정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