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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전 점프’ 차준환, 하뉴 꺾었다…개인 최고점으로 쇼트 4위

입력 | 2022-02-08 17:02:00

차준환이 8일 중국 베이징 수도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2022.2.8/뉴스1


‘피겨 여왕’ 김연아(32)의 향기가 느껴진다.

8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쇼트프로그램에서 한국 남자 피겨의 희망 차준환(21·고려대)이 첫 번째 점프인 쿼드러플(4회전) 살코 점프를 깔끔하게 뛰었다. 이를 지켜보던 브라이언 오서 코치(61·캐나다)는 아이처럼 해맑게 웃으며 두 팔을 벌려 기뻐했다. 12년 전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김연아가 완벽하게 연기를 펼친 뒤 기뻐하던 오서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당시 김연아는 한국 피겨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 올림픽 2연패 하뉴 유즈루 넘어선 차준환
차준환은 이날 쇼트프로그램에서 99.51점을 기록하며 4위에 올랐다. 지난달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선수권대회에서 기록한 자신의 개인 최고점(98.96)보다 0.55점 높았다. 특히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유력한 금메달 후보인 하뉴 유즈루(28·일본·95.15점)가 기록한 95.15점보다 4점 이상 앞선 점수였다. 한국 남자 선수 역사상 처음으로 쇼트프로그램에서 5위 안에 자리한 차준환은 “연기를 마친 뒤 100점 돌파를 조금 기대했지만 좋은 연기를 펼쳤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네이선 첸(22·113.97점)이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일본의 카기야마 유마(18·108.12점)가 차지했다.

차준환은 이날 쿼드러플 살코 점프(기본점 9.70점)를 성공하며 수행점수 3.33점을 챙겼다. 여기에 트리플 러츠-트리플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10.80점)도 수행점수를 1.69점을 기록하며 안정된 연기를 펼쳤다. 차준환은 “워밍업을 할 때 쿼드러플 살코 점프를 시도하다 살짝 실수했는데 개의치 않았다”며 “경기에서 성공해 기분 좋다”고 밝혔다.

차준환은 자신의 강점인 비점프 과제에서도 클린 연기를 선보이며 모든 과제에서 최고 레벨인 레벨4를 받았다. 안소영 ISU 심판은 “첫 수행과제였던 쿼드러플 살코 점프를 빠른 스피드와 확실한 착지로 성공하며 심판들에게 강렬한 첫인상을 준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프리스케이팅이 쇼트프로그램보다 두 배의 비중을 가진 만큼 부담감을 갖지 않고 연기를 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4년 전 올림픽 보다 15점 넘게 올린 차준환
4년 전 열린 2018 평창 겨울올림픽보다 더욱 성장한 차준환의 모습은 돋보였다. 당시 차준환은 15위를 기록했다. 쇼트프로그램은 83.43점을 기록했다. 당시 쿼드러플 살코 점프 대신 트리플 악셀(3회전 반)점프를 시도했다. 4년 만에 쿼드러플 점프를 올림픽에 시도해 성공했고, 점수도 15점 넘게 올렸다. 4년 간 얼마나 힘든 훈련을 소화했는지 알 수 있는 증거다.

차준환은 대표적인 ‘연아 키즈’다. 김연아가 등장한 이후 한국에는 제2의 김연아를 꿈꾸는 여자 선수들이 대거 등장했다. 국제 무대에서 메달을 따며 가시적인 성과를 내왔다. 하지만 남자는 불모지에 가까웠다. 여기에 차준환이 등장한 것이다. 차준환은 14세 때부터 김연아의 코치였던 오서에게 집중 훈련을 받았다. 오전 6시에 일어나 오후 10시에 집에 들어가는 생활을 지금껏 반복해 오고 있다. 그래도 차준환은 “취미도 없고 요즘 유행이 무엇인지도 잘 모른다. 그냥 훈련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별다른 취미 없이 훈련에만 매진했던 김연아와 닮은꼴이다.

이제 차준환은 10일 열리는 남자 프리스케이팅에서 한국 남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메달을 노린다. 쿼드러플 살코 점프와 쿼드러플 토푸르 점프를 시도할 차준환이 클린 연기를 펼친다면 메달도 꿈은 아니다. 차준환은 “쿼드러플 점프는 성공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욕심을 내지 않고 오늘처럼 좋은 연기를 펼치는 데 집중하겠다”고 각오했다.

한편 이시형(22·고려대)은 자신의 첫 올림픽에서 총점 65.69점으로 27위를 기록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