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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 심사 방식을 유럽연합(EU)이나 미국 방식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지금은 두 회사가 합병할 때 공정위가 시장 독점을 낮출 방안을 정하고 있지만 이젠 기업이 스스로 마련하도록 바꾸겠다는 것이다.
27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는 현재 국내 기업결합 방식 체계를 EU나 미국 등 주요 선진국 방식으로 바꾸기 위해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공정위는 기업결합을 심사할 때 해당 기업이 영위하고 영향을 주는 시장을 정하고 시장점유율과 시장집중도를 평가한다. 이후 기업결합 때 경쟁제한성을 판단하고 경쟁제한성 우려가 있다면 공정위는 이 경쟁제한성을 낮출 수 있는 시정조치를 내린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심사를 하며 두 기업의 시장 영향력을 낮출 시정조치를 내놓은 바 있다. 공정위는 항공사 고유 자산으로 볼 수 있는 노선을 재분배하고 슬롯(특정 시간에 이착륙할 수 있는 권리)을 반납하라고 명령했다. 이 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면 결합은 불승인된다. 두 기업 결합 시 독점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공정위 조치 명령에 항공업계에서는 국적항공사로서 경쟁력이 저하되고 고용을 유지하는 데 악영향이 우려된다며 공정위 조치가 과도하다는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공정위가 기업결합 심사 방식을 바꾸려는 것도 시장의 반발을 의식해 자율성을 보장하는 차원이다.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기업결합 심사 시 경쟁제한성만 판단하고 시정조치 방안을 기업이 스스로 만들도록 한다. 기업이 만들어온 조치 방안을 경쟁당국이 판단하고 여러 차례 수정·보완을 지시한 뒤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다만, 시정조치를 기업이 마련하면 기업 결합 후 독점력이 올라가거나 소비자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심사 대상 기업은 기업의 이익만을 생각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방안만 제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