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버그 콜롬비아대사 내정 오바마 정부때 대북제재 주역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 당시 대북제재 이행에 깊숙이 관여한 필립 골드버그 주콜롬비아 미국대사(사진)가 1년 넘게 공석인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26일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골드버그 대사를 내정한 후 지명 절차를 진행 중이고, 우리 정부도 이를 전달받아 아그레망(주재국 임명 동의)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골드버그 대사의 이런 이력 때문에 이번 주한 미대사 인사가 북한에 던지는 일종의 압박 메시지란 분석이 나온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골드버그 대사를 한국에 보내기로 한 것 자체가 북한은 물론 우리 정부에도 ‘대북제재를 원칙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라고 했다.
美, 한국 대선 앞두고 ‘대북 제재 원칙대로 이행’ 메시지
주한대사에 대북 강경파
오바마정부 때 ‘北 적극제재’ 촉구… 바이든정부, 北도발에 우회 경고
정부는 골드버그 대사 부임에 앞서 기대감과 우려가 교차하는 기류다. 일단 1년 넘게 공석이었던 자리가 채워진 건 반기는 분위기다. 앞서 니컬러스 번스 전 미 국무부 정무차관이 주중국 미국 대사로, 바이든 대통령 측근인 람 이매뉴얼 전 시카고 시장이 주일본 대사로 발탁되면서 동아시아 주요국 가운데 주한 대사 인선만 늦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북한이 17일 평양 순안공항 일대에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KN-24.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8일 “17일 동해상의 섬 목표를 정밀 타격하는 전술유도탄의 검수사격시험이 진행됐다”며 KN-24 발사 장면을 공개했다. 조선중앙TV 캡처
다만 종전선언 등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해 온 문재인 정부 내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제재 전문가인 골드버그를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한 것 자체가 북한에 줄 신호를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미국이 대북 압박을 지속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면서 남북, 북-미 관계 경색의 전환 계기를 찾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최근 북한을 겨냥해 독자적 대북제재와 함께 유엔 차원 제재까지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선 직설적이고 고집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골드버그 대사의 성향으로 인해 대북 정책을 둘러싼 한미 간 소통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이 이달 주한 대사 지명 절차를 시작한 건 한국 대통령 선거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사는 공식 지명 뒤 상원 인준까지 2, 3개월가량 걸리기 때문에 속도를 낸다면 5월 신임 대통령 취임식 사절단에 신임 주한 미국대사가 함께할 수 있다. 다른 주요국에 비해 신임 주한 대사 지명이 지연돼 우려하는 목소리가 한국 내에서 높아지자 바이든 행정부가 더 늦지 않게 대사 지명에 나섰다는 것이다.
골드버그 대사는 필리핀, 볼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와 코소보 주재 미국 공관장 등도 지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