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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 제기 안하면 층간소음 세입자 내보낸다더니…” 집주인의 배신

입력 | 2022-01-07 11:16:00

[층간소음 이렇게푼다, 2부]




‘부탁→항의→협박→신고→폭행(?)’

흔히 발견되는 층간소음 갈등의 확대 경로입니다.

정중하게 부탁했다가 그래도 소음이 줄지 않으면 직접 인터폰을 통하거나 관리사무소를 통해 항의합니다. 그래도 안되면 ‘가만 안 있겠다’고 위협하거나 더 큰 소리나 진동으로 보복소음을 만들기도 합니다.

말로는 안 되니 강제라도 개선시켜야겠다는 생각에 경찰이나 구청에 신고하는 사례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다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두 집에서 맞부딪혀 언성이 높아지고 칼부림 같은 극한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설령 행동까지는 옮기지 않더라도 공권력을 동원하거나 협박을 해서라도 층간소음을 줄이고 싶은 게 많은 층간소음 피해자의 간절한 마음이기도 합니다.

#사례1 : 협박이라도 하는 수밖에 없는 심정
작년 경기도 군포시에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씨 부부(50대)는 윗집의 아이들과 어른 발망치 소음에 2년째 시달리고 있었다. 정신과 치료를 받을 지경이었다.

이미 정부 민원센터에 2차례, 환경부 산하 층간소음관리위원회에 10회 이상의 민원을 제기했다. 경찰에 신고하여 많게는 일주일에 3번 이상 출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상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었다.

아파트 관리소를 통해 윗집이 전세기간이 만료돼 간다는 귀띔을 들은 후 집주인의 연락처를 알아내 집주인을 찾아갔다. A씨 부부는 집주인에게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지경’이라고 하소연 하면서 ‘차라리 윗집을 죽이고 자신들도 죽고 싶다’는 말까지 했다.

이에 집주인은 전세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면서 단, 조건으로 층간소음 문제를 자꾸 제기하면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기 힘드니 당분간 층간소음 민원을 제기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김씨 부부는 흔쾌히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제 층간소음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일체 민원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집 주인은 현재 거주자(윗집)가 다른 곳으로 이사 갈 자금이 없고, 앞으로 최대한 층간소음을 조심하겠다는 다짐을 받고서는 전세를 2년 연장해줬다. 연장계약에는 최근에 층간소음 민원이 거의 없다는 관리소의 말도 영향을 미쳤다.

윗집 부부가 계속 살게 되었다는 말을 들은 A씨 부부는 ‘집주인과 윗집 거주자를 칼로 다 죽이겠다’며 관리소와 층간소음관리위원회에 협박을 넣었고 매일같이 경찰이 출동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됐다.

#사례2 : 가해자가 오히려 협박하는 경우
부산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에 정씨(70대 남자)는 윗집 남자(40대)의 발망치 소음에 1년 이상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아오고 있었다. 처음에는 윗집 남자에게 정중하게 이야기를 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윗집을 찾아갔다.

이후 약간 나아지기도 했지만 여전한 소음 발생에 윗집을 항의 방문하는 횟수가 잦아졌다. 여름 밤 10시가 넘어서도 윗집 남자의 발망치 소음이 생생하게 들리자 정씨는 윗집 초인종을 눌렀다. 층간소음 때문에 왔다는 말을 듣자 갑자기 속옷차림의 윗집 남자가 방에서 뛰어 나오며 ‘다시 한번만 찾아오면 죽이겠다’ ‘너는 정신병자라’는 등의 폭언을 쏟아내며 정씨를 거칠게 밀쳐냈다. 이후 고의적인 큰 소음이 들리기도 했다.

윗집 남자는 엘리베이터 등에서 만날 때마다 더 이상 문제 제기하면 죽여버리겠다는 위협을 해 정씨는 겁이 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실전해법
층간소음은 오래 지속적으로 반복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감정의 수위가 점점 올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럴수록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당사자들이 직접 만나 해결책을 찾아보겠다는 방안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칫 대화 과정에서 언성이 높아지고, 협박, 폭행 심지어는 칼부림에 의한 살인으로까지 이어집니다. 층간소음에 오래 시달려온 피해자들 중에는 윗집 사람들을 정말 죽이고 싶다는 마음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설령 아랫집(피해자)에서 좀 만나보자는 의견이 와도 간접적인 대화를 시도하는 게 좋습니다.

3개월 이상의 기간을 두고 서서히 접근하는 게 좋고, 혼자서 해결하기가 어려우면 정부 기관이든 민간이든 경험많은 전문가의 도움을 구해보는 것도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