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원건 기자
5세트 16-15 듀스 상황. 이럴 때 프로배구 팀 감독은 보통 세터를 불러 외국인 공격수에게 세트(토스)하라고 주문을 내린다. 그러나 석진욱 OK금융그룹 감독은 선두 대한항공과 맞붙은 15일 인천 방문 경기 때 세터 곽명우(30)를 향해 차지환(25)에게 공을 띄우라고 사인을 냈다. ‘쿠바 폭격기’ 레오(31)가 코트 위에 대기 중이었는데도 그랬다. 차지환이 이 공격을 성공하면서 OK금융그룹은 이번 시즌 처음으로 디펜딩 챔피언 대한항공을 꺾을 수 있었다.
장신(201cm) 레프트인 차지환은 고교 시절부터 공격력 하나는 알아주는 선수였다. 인하대 1학년 때인 2016년에는 대학리그에서 처음으로 신인상과 최우수선수(MVP)를 동시 수상했다. 문제는 이런 선수가 대부분 그런 것처럼 어릴 때부터 상대 서브를 받아 본 경험이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용인=신원건 기자
13일 경기 용인시에 자리한 구단 체육관에서 만난 차지환은 “프로에 와서 서브 리시브가 안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비시즌 동안 연습 서브 1만 개 정도는 받은 것 같다. 그러면서 ‘서브는 발로 받는 것’이라는 감독님 말씀이 조금씩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용인=신원건 기자
2017~2018시즌 데뷔 후 처음으로 주전 자리를 꿰찬 차지환은 15경기에서 130득점을 기록하며 팀 공격의 한축을 책임지고 있다. 2022년 새해 목표는 당연히 챔피언 등극이다. 차지환은 “내 손으로 우승을 확정하는 득점을 올리고 싶다. 우승을 확정하는 순간 코트에 있으려면 서브 리시브를 더 잘해야 한다. 팀에 꼭 필요한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런 점에서 15일 경기는 차지환에게 챔프전 예행연습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