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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뛰어 이사못가”… 은마도 매물 쌓여

입력 | 2021-12-11 03:00:00

서울 아파트 전세 ‘공급 〉수요’ 역전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전세 물건은 10일 기준으로 405건에 이른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17건에 그쳤던 전세 매물이 24배로 늘었다. 지난해 7월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 물건이 품귀를 빚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 세입자들은 그대로 재계약을 하고 신규 계약이 임박한 집주인들은 여전히 높은 호가를 유지하면서 계약 자체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겨울 방학을 앞두고 이사철이 시작됐지만 전세 시장이 잠잠하다. 서울 아파트 전세 수급을 보여주는 지표(전세수급지수)가 이달 들어 2년 2개월 만에 ‘수요자 우위’로 돌아선 것은 신규 전세 수요가 줄고 신축 입주 물량이 일시적으로 늘어난 영향이 크다.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임대차법 도입 이후 급등하면서 지난해 11월 133.3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기존 전셋집 계약 연장을 택하는 세입자가 늘면서 그만큼 신규 전세 수요가 줄어 이달 들어 100 이하로 떨어졌다. 전셋값이 2년 전보다 크게 오르고 대출 규제 여파로 보증금 마련이 힘들어진 데다 임대차법에 따라 계약갱신 요구가 가능해진 영향이 크다. 계약갱신을 요구하면 보증금을 5%까지만 올려주고 2년 더 살 수 있다.

교육 여건 등이 좋아서 거주 수요가 높은 지역일수록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달 첫째 주 강남 4구(강남 서초 강동 송파구) 전세수급지수는 97로, 11월 셋째 주 이후 4주 연속 100을 밑돌고 있다.

집주인도 전세 호가를 쉽게 내리지 않으면서 전세 매물이 쌓이고 있다. 한번 세입자를 들이면 4년간 임대료 인상에 제약이 생기기 때문이다.

직장인 강모 씨(36)는 3년 전 분양받은 서울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밤잠을 설치고 있다. 기존 전셋집 계약 기간이 남아 있어 다음 세입자를 구해야 보증금을 받을 수 있지만, 세입자가 안 구해져서다. 보증금을 못 받으면 아파트 잔금을 못 치러 입주도 미뤄야 한다. 집을 보러 온 사람도 있었지만 집주인은 기존 보증금보다 1억8000만 원 높은 6억3000만 원 밑으로는 안 된다고 버텼다. 그는 “집주인과 신규 세입자 간 힘겨루기로 보증금을 못 빼서 불안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했다.

신축 입주 물량이 일시 증가한 점도 전세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이 집계한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지난달 1만5935채로 올 들어 1월(1만9593채) 다음으로 많았다. 이달 입주 물량도 1만4000채가 넘는다. 그동안 전세로 살던 입주 예정자들이 자가로 이사하면서 전세 수요는 줄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세 시장이 수요자 우위로 돌아선 건 입주 물량 증가와 임대차법, 대출 규제 등 복합적인 원인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며 “내년에는 안정 요인이 거의 없어 전셋값이 오를 가능성이 더 크다”고 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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