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년 전통… 한때 시총 세계 1위 잭 웰치 지휘 아래 전성기 누리다 금융위기 못넘고 기업 분할 운명 월가 호평-부활 회의론 갈려
129년 전통의 글로벌 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이 항공과 헬스케어, 에너지 등 3개 부문으로 쪼개진다. ‘경영의 신’으로 불린 잭 웰치의 지휘 아래 한때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전성기를 누렸던 GE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여러 기업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됐다.
9일(현지 시간) 미국 CN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GE는 2023년 초까지 헬스케어 부문을, 2024년 초까지 에너지 부문을 각각 분리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항공 부문은 지금의 GE라는 이름을 유지하며 헬스케어 부문의 지분을 19.9% 소유할 예정이다. 로런스 컬프 현 GE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 항공사업 부문만 이끌면서 헬스케어 부문의 비상임 의장을 겸임한다. 컬프 CEO는 이날 성명에서 “업계를 선도하는 3개의 글로벌 기업을 설립함으로써 각각의 기업들이 더 높은 집중도와 자원 배분, 전략적 유연성을 누릴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GE는 1892년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공동 창업한 미국 굴지의 기업이다. 전기조명 기업을 모태로 출발한 GE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고 대공황을 견뎌내면서 가전과 제트엔진, 파워터빈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제조기업으로 성장세를 거듭해 왔다. 1980, 90년대에는 전설적인 경영자 잭 웰치를 CEO로 맞아 전성기를 누렸다. 이때 GE는 제조업에 편중된 사업부문을 확장해 금융서비스업에도 진출하고 NBC를 인수해 방송사업에도 손을 댔다. 2000년에는 시가총액이 약 6000억 달러까지 오르며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기업에도 올랐다.
2018년부터 지휘봉을 잡은 컬프 CEO는 구조조정을 통해 GE의 사업구조를 단순화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회사를 3개로 나누겠다는 이날 GE의 결정은 대체로 월가의 호평을 받았지만 660억 달러(약 78조 원)에 이르는 부채를 이유로 GE의 부활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