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옹호 논란에 휩싸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당내외 쏟아지는 비판에도 사실상 사과를 거부하자 국민의힘이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이번 발언은 그간 윤 전 총장이 해온 실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파장이 클 수 있다는 점에서 대선 기간 내내 윤 전 총장은 물론이고 국민의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이번 대선이 초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전두환 발언을 중도층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9일 부산 해운대갑 당원협의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전두환 대통령이 정치를 잘했다고 말하는 분이 많다. 호남분들도 그런 얘기를 한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윤 전 총장은 수차례 사과 기회가 있었음에도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언론이 발언의 진의를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전두환이 다 잘못한 건 아니지 않냐”고 항변하기도 하고, “어떤 정부든 업무 방식이나 정책이 잘 된 게 있으면 뽑아서 써야 한다는 차원의 말이었다”고 발언 취지를 다시 설명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윤 전 총장 행보에 크게 난감해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의 거듭된 전두환 옹호 발언이 호남 민심을 악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중도층 이탈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대선 주자 간 가상 일대일 대결 여론조사를 보면 오차 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통계가 많다. 이런 박빙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의 전두환 옹호 발언은 자신은 물론이고 국민의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악재라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표가 아까운 상황에서 충분히 수습 가능한 문제를 이렇게 크게 만드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옳은 지적을 정치 공세로만 받아들인다”며 윤 전 총장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전날 토론에서 전두환 발언을 언급한 홍준표 의원에게 ‘당신도 전두환 계승한다고 하지 않았냐’고 역공한 건 윤 전 총장의 정치 방식이 어딘가 잘못됐다는 인상을 줬다”고 말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공식 사과 이후 호남에 한 발 다가서며 전국 정당을 목표로 한 국민의힘 행보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의견도 있다. “해당 행위에 가깝다”라는 것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8월 광주 5·18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했고, 이준석 대표도 지난 6월 취임 후 광주 재개발 건물 붕괴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는 것을 첫 지방 일정으로 잡았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와 관련 “광주에서 (윤 전 총장 발언 비판) 전화가 쏟아진다”며 “(광주가) 격앙돼 있고 삭막하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 캠프는 “헌법을 부정하고 민간을 학살한 범죄자에게 공(功)을 논하는 것 자체가 잘못임에도, 검사 외길 후보의 특징인 건지, 무지해서 용감한 건지, 사과 없이 국민과 기싸움하는 후보와 참모들 모습이 처참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