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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시장진입 단계부터 골목상권과 상생해야”

입력 | 2021-10-12 03:00:00

[혁신과 독점 사이, 플랫폼 기업의 길을 묻다]〈5〉규제 사회적 합의 만들자… 좌담회
“여론 떠밀려 ‘시혜적 상생’ 해법 안돼… 혁신 기업다운 윈윈 방안 고민해야”
“카카오 같은 기업이 대리운전 인수… 사업철학이 뭔지 되돌아봐야”
정치권 “원칙-기준 제도화” 공감



6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10층 회의실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플랫폼 기업의 상생 방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영 국민의힘 의원,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여론에 등 떠밀려 시혜를 베푸는 식의 상생은 안 된다. 혁신 기업다운 사업 철학을 가지고 기존 업계와 상생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이달 1일 시작된 국회 국정감사에서 카카오 네이버 야놀자 쿠팡 등 플랫폼 기업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여야 의원과 전문가들이 참석한 좌담회에서 공통적으로 나온 목소리다.

동아일보는 6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회의실에서 플랫폼 기업의 독점 폐해를 막고 혁신을 이어가기 위한 방안을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과 이영 국민의힘 의원(국민의힘 디지털정당위원장),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 “여론에 등 떠밀린 카카오 상생 방안 아쉬워”

플랫폼 기업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최근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들이 골목상권 철수 계획과 각종 상생 방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바람직한 사업 모델을 선제적으로 만드는 노력을 소홀히 한 결과라는 비판과 함께 상생을 염두에 둔 사업 철학을 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조 의원은 “여론에 등 떠밀려 안 할 수 없게 된 상황”이라며 “기존 시장을 잠식하고 장악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들을 도와주는 혁신을 통해서 골목상권이 살아나는 상생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플랫폼 기업이 결국 어떤 사업에 진입할 것인지가 핵심적인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플랫폼 기업이 다른 분야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어떤 분야에 직접 진입할 것인지는 기업의 철학 문제”라며 “카카오 같은 기업이 대리운전 사업을 인수하는 건 도대체 어떤 철학이냐고 묻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기업이 기존 대기업을 답습하는 방식으로 상생기금을 내놓는 데 대한 비판도 나왔다. 최 교수는 “카카오가 시혜적인 상생안을 내놓았다는 아쉬움이 있다”며 “기존 사업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다면 사업 과정에서 절차적인 상생 방안을 찾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불가피한 진통’ vs ‘플랫폼의 시장 독식’

플랫폼 기업의 과도한 팽창, 수수료 문제로 인해 비판이 본격화된 가운데 현재의 갈등이 새로운 산업의 등장 과정에서 불가피한 일인지, 플랫폼 기업들이 잘못된 방식으로 사업을 벌인 결과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김 교수는 “이용료나 수수료는 혁신의 대가라는 측면이 있다. 일방적인 가격 결정 구조라는 문제는 사회적 합의 기구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플랫폼 기업은 사용자 선호도가 달라지면 급격히 사업 성패가 갈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기업의 독점과 다르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도 “플랫폼의 진입으로 누군가는 어려운 환경에 처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산업의 태동 과정에서 피해 산업을 어떻게 연착륙시키느냐 하는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불가피한 진통으로 보기에는 플랫폼 기업의 잘못이 너무 커졌다는 반박도 이어졌다. 이 의원은 “문제를 이렇게까지 키운 것은 플랫폼 기업의 ‘소탐대실’”이라며 “국민들은 네이버가 알고리즘 조작, 쿠팡이 아이템위너 같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보면서 도대체 어떤 기업가 정신과 철학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도 “혁신을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국내에서 기존 유통업을 집어삼키고 해외에서는 경쟁할 역량도 없는 그런 플랫폼 기업이 아니라 소상공인과 ‘윈윈’할 수 있는 기업을 찾고 있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 “정부기관 칸막이 넘어서는 논의 필요”

좌담회 참석자들은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규제 논의가 이미 본격화됐지만 기준과 원칙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현재 플랫폼 기업에 대한 정확한 정의와 범주 설정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규제기관과 입법기관이 경쟁적으로 규제를 내놓다간 플랫폼 기업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정치권이 나서기 전에 먼저 자정작용이 있었어야 했다는 측면에서 많이 아쉽다”며 “규제가 칼이 되지 않고 기업의 신호등이 되려면 입법기관 안에서도 지식과 경험이 있는 팀이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의원도 “모든 규제가 나쁜 것은 아니고 때로는 규제가 혁신을 촉진하기도 한다”며 “모든 것의 가이드라인을 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 기업과 관련한) 원칙과 기준을 제도화하는 방향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의 플랫폼 기업 논의에는 각기 다른 문제의식이 뒤섞이는 경우가 많다”며 “시장 상황 문제인지, 규제 공백의 문제인지, 산업 진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일인지 등을 먼저 진단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정부와 국회에서 경쟁적으로 규제 방안을 쏟아내는 데 대한 우려도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규제 방안을 내놓으며 영역 다툼을 벌이고 있고, 국회 여러 상임위의 법안 논의도 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조 의원은 플랫폼 제도 마련이 여러 분야에 걸친 고려가 필요한 만큼 국회 정무위원회와 과방위 등 두 상임위의 합동회의를 제안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최 교수는 “정부와 국회, 언론이 크게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으면 지금의 논의가 이뤄졌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미래로 갈수록 역할이 커질 플랫폼에 대해 신중하고 정밀한 규제가 필요하고 상생을 논의하는 안정적인 장치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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