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너선 브릴 글로벌 퓨처리스트 인터뷰
조너선 브릴 글로벌 퓨처리스트는 팬데믹처럼 예측이 어렵고 충격이 큰 이상파랑이 전 세계적으로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전대미문의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아
―HP는 어떻게 팬데믹을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었나.“기업의 기존 전략을 무력화할 정도로 충격이 큰 사건은 ‘이상파랑(rogue wave)’에 비유할 수 있다. 이상파랑은 여러 자연 현상이 맞물린 조건에서 돌발적으로 솟구쳐 오르는 대규모의 파도를 뜻한다. 그 파도 위에 올라탄 서퍼는 남들보다 더 높이 도약할 수 있다. 2015년 HP의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디온 와이슬러는 미래에 닥칠지 모르는 이상파랑을 혁신의 원동력으로 삼기 위해 ‘퓨처 유닛(Future Unit)’을 창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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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유닛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
“퓨처 유닛은 향후 10년간 경영상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기술, 경제, 사회적 동향을 추적하고, 리더들이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정보를 전달한다. 이들은 신기술, 글로벌 시장, 부동산 투자 등 분야의 제한 없이 연구를 진행한다. HP도 퓨처 유닛의 예측에 따라 준비한 결과 팬데믹이 시작된 지 1년 반 이상이 지난 시점에는 재무성과를 회복할 수 있었고 헬스케어 사업 역시 본격적으로 전개될 모멘텀을 얻었다.”
―미래의 위기를 혁신의 계기로 삼는 방법은 무엇인가.
“HP같이 이상파랑을 적극 활용하는 기업의 공통적인 특징을 정리해 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세 단계의 프레임워크를 개발했다. 첫 번째는 ‘인지(Awareness)’ 단계다. 사람들에게 미래에 거대한 사건이 들이닥칠 수 있다는 사실을 납득시키는 것이다. 퓨처 유닛은 경영진과 이사회에 미래의 위험과 기회에 대한 연구 결과를 정기적으로 보고했다. 두 번째는 ‘행동(Behavior)’ 단계다. 모든 관리자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 능력을 갖춰야 한다. 퓨처 유닛은 핵심적인 의사결정권을 가진 리더들이 팬데믹을 포함해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요인들을 고려하도록 적극적으로 코치했다. 세 번째는 ‘문화(Culture)’ 단계다. 직원들이 장기적인 성장을 추구할 수 있도록 보상 체계를 설계하고, 각각의 직원이 어떤 위험을 관리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정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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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파랑은 앞으로 더욱 잦아질 것
―코로나19 이후 어떤 이상파랑이 닥칠 것으로 예상하는가.“특히 우려되는 현상은 다음과 같다. 인도와 중국에서 자원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 세계 경제에 긴장이 유발될 것이다. 특히 데이터 및 보안 분야의 비즈니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바이오테크와 인공지능(AI)은 변혁적인 혁신 기술이다. 만약 이 기술들이 빠르게 확산되지 못하면 고령화로 인한 경제 성장 둔화를 막지 못할 것이다. 반대로 그 속도가 너무 빠르면 규제 당국이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 전 세계적으로 자연재해가 유발될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그로 인한 피해는 예상을 뛰어넘어 수조 달러 규모 이상일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기업이 이상파랑에 더욱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부분의 리더는 이상파랑을 있을 수 없는 일로 치부해버린다. 벌어질지 모르는 내일의 일보다는 이미 벌어진 어제의 데이터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전 미국의 10개 기업 가운데 8개 기업의 리더는 감염병을 위험으로 식별하지 못했다. 심지어 우한에서 첫 감염자가 발생했을 때도 이들은 코로나19가 전 세계 비즈니스를 망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 진짜 문제는 이상파랑을 마주칠 확률이 앞으로 점점 더 높아질 것이라는 것이다. 20세기 동안 매년 평균 네 차례의 충격이 미국 기업을 강타했다. 하나의 충격에서 회복되기 이전에 새로운 충격이 닥치기도 했다. 팬데믹 사태로 인류는 지구 한편에서 시작된 충격이 지구 반대편에까지 막대한 재앙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사실을 목격했다. 전 세계는 점점 더 복잡하게 얽혀가고 있다. 이에 따라 인류는 더 빈번하게 이상파랑을 마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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