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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355조원 中헝다 … 오늘 이자지급 고비, 파산땐 세계금융 충격

입력 | 2021-09-23 03:00:00

헝다, 위안화채권 이자 지급만 밝혀



중국 베이징의 헝다그룹 시티 플라자 계단에 헝다그룹의 개발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장식물이 설치된 벽을 시민들이 지나치고 있다. 베이징=AP 뉴시스


파산설이 돌고 있는 중국 최대 민영 부동산 개발 회사 헝다(恒大)그룹이 채권 이자 지급일을 하루 앞두고 일부 채권에 대한 이자를 제때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파산설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제때 내겠다고 한 이자액이 전체의 절반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헝다그룹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용평가 회사의 전망도 파산설을 키우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헝다그룹은 22일 성명을 내고 위안화 채권에 대한 이자를 23일 제때 지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23일 지급해야 하는 위안화 채권 이자는 약 425억 원이다. 하지만 헝다는 역시 같은 날 내야 하는 달러화 채권 이자 약 993억 원 지급 여부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헝다가 채권 이자 지급과 관련해 모호한 성명을 내놓아 시장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줬다”고 지적했다.

전체 빚이 3000억 달러(약 355조 원)에 이르는 헝다 파산설 여파가 세계 증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21일(현지 시간)까지 4거래일 연속 떨어졌다. 이 기간 하락률은 2.57%에 이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같은 기간 2.82% 급락했다. 일본도 ‘헝다 쇼크’로 닛케이평균주가가 3만 선 아래로 떨어졌다. 21일 닛케이평균주가는 전 거래일(17일)보다 2.17% 하락한 2만9839.71엔으로 거래를 마쳤다. 닛케이평균주가가 3만 선이 무너진 건 이달 7일에 이어 2주 만으로, 하락 폭은 최근 3개월 새 가장 컸다. 22일에도 전날보다 0.67% 떨어진 채 마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헝다의 채무 문제를 둘러싸고 운용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매도가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추석 연휴를 끝내고 22일 개장한 상하이 증시는 0.4% 올랐다. 상하이 증시는 헝다 파산설이 확산하던 14일부터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가 추석 연휴 시작 전 마지막 거래일인 17일 0.19% 상승했었다.



“中헝다 이미 은행 2곳 대출이자 펑크”… 파산설에 숨죽인 금융시장
中헝다發 금융 불안감


헝다그룹이 채권 이자 지급일인 23일에 이자의 일부를 낼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미 대출 이자 지급 기일을 맞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헝다가 적어도 2곳의 은행에 20일까지 지급했어야 할 대출 이자를 갚지 못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헝다가 이미 협력업체 여러 곳에 지불해야 할 공사 대금을 제때 주지 못하는 등 유동성 위기가 심각한 점 등을 들어 결국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헝다그룹의 총부채는 지난해 말 약 2960억 달러(약 351조 원)였지만 지금은 3000억 달러(약 355조 원)까지 늘어난 상태다. 부채 규모만 놓고 볼 때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에 달한다. 직원 수가 약 20만 명에 이르는 헝다는 중국 내 280개 이상 도시에서 1300개가 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헝다그룹의 부동산 개발 사업과 관련해 계약금 등을 지불하고 분양권을 미리 받은 사람만 15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온 미국의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헝다가 파산하면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이나 헝다로부터 받을 돈이 있는 업체들의 연쇄 도산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중국 정부가 헝다그룹에 대한 직접 지원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P는 “중국 당국은 중국 금융시장이 큰 혼란 없이 헝다그룹 부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내부 결론을 내 놓은 상태”라고 했다. 현재 헝다의 대출 규모는 중국 내 은행 대출 총액의 0.3% 정도로 디폴트가 현실화하면 은행권 부실채권 비율은 올라가겠지만 당국이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S&P는 또 “헝다는 대마불사(too big to fail) 논란을 부를 만큼 큰 기업이 아니다”며 “사업 본거지인 광둥성 지역 경제에서도 비중은 크지 않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S&P는 신용 리스크가 광범위하게 확산하는 등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면 중국 정부는 (헝다 사태에) 개입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CNN은 영국 금융서비스 회사 CMC마켓의 시장분석가인 마이클 휴슨의 리포트를 인용해 “헝다그룹의 실패는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시기의 문제”라며 “헝다는 이미 이번 주 초 대출 상환을 놓쳤다”고 전했다.

헝다그룹이 파산하더라도 리먼 사태와 같은 국제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는 것도 이런 전망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이미 헝다그룹 파산 이후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끝내고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직접적인 지원은 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중국 관영매체 환추시보 후시진 편집장도 앞서 17일 “기업은 반드시 시장 방식의 자구 능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대마불사의 요행을 바라지 말라”고 언급한 바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22일 간부회의를 열고 “현재로서는 헝다그룹 문제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의 견해”라면서도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했다. 고 위원장은 “내일(23일) 있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등 글로벌 긴축 기조 움직임과 함께 과열된 글로벌 자산시장이 조정되는 과정에서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는 만큼 관련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이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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