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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김웅 보좌진 PC까지 불법 수색”…공수처 “영장대로 집행”

입력 | 2021-09-10 21:30:00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0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김웅 의원실을 압수수색하자 국민의힘은 “공수처가 집권세력의 호위무사가 돼 정치탄압의 전면에 나선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압수수색을 불법으로 규정한 국민의힘은 김 의원실에서 공수처와 대치하면서 동시에 김진욱 공수처장과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 등 6명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 野 지도부 압수수색 현장 총출동
공수처 수사3부(부장 최석규)가 이날 오전 10시 10분부터 김 의원실을 압수수색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김기현 원내대표 등 당 원내지도부는 곧장 김 의원실로 향했다. 당시 김 의원은 의원실을 비운 상태였다. 원내지도부는 공수처 수사관들에게 압수수색 영장 제시를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야당 의원들은 “참고인 신분인 현역 의원을 상대로 정기국회 중 압수수색을 하는 것은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특히 수사관들이 김 의원 보좌진들의 컴퓨터까지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지도부는 “불법 압수수색”이라며 저지에 나섰다. 판사 출신의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수사관들이) 적법하게 영장을 제시하지 않은 채 김 의원에게 허락을 받았다고 거짓말을 하고, 압수수색 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보좌진들의 컴퓨터, 캐비닛까지 열라고 강요했다”고 비판했다. 사무실에 도착한 김 의원도 “거짓말을 하고 압수수색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에 공수처는 압수수색을 중단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 의원실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전 원내대변인은 “밤 샐 각오로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의원실을 지킬 예정”이라고 했다.

공수처 황상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김 의원의) 보좌관이 ‘의원님이 협조해주라고 했다’고 했고, (보좌관에게) ‘변호인 선임하겠느냐’고 물었더니 ‘제가 다 위임을 받았다’고 해 (압수수색을) 시작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보좌진 컴퓨터 압수수색에 대해선 “영장에 압수수색 대상이 아주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기재돼 있다. 의원실과 다른 공간에 대한 것도 기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보좌진이 사용하는 공간과 물품도 압수수색 대상으로 영장에 기재돼 있는 만큼 불법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현장에 뒤늦게 도착한 김 의원은 별건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압수수색을 하려면 그(고발) 부분에 한정해서 해야 하는데, (수사관들이 고발 내용과 상관없는) ‘조국’ ‘정경심’ ‘추미애’ 등을 키워드로 (의원실 컴퓨터에서) 검색했다”며 “야당 정치인이 갖고 있는 자료들을 색출해 가기 위한 모략극”이라고 반발했다. 김 원내대표도 “공수처가 (정권의) 사냥개 노릇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공수처 관계자는 “고발장 초안에 다 담긴 키워드”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 공명선거 추진단장을 맡은 김재원 최고위원은 “무엇보다 공정해야 할 공수처가 집권세력의 호위무사가 되어 정치 탄압의 전면에 나선 이 사건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공수처가 수사를 개시한 이상 이제 대검은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김 처장 외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공무상 비밀 누설 등의 혐의로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 “신속한 수사” 요구한 민주당, 국정조사는 신중
민주당은 이날 압수수색에 대해 “국민의힘과 김 의원이 자초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소영 대변인은 “더 이상 가당치 않은 ‘야당탄압’을 운운할 것이 아니고 수사에 협조하고 진실을 밝히라”고 밝혔다. 이어 “의혹이 사실이라면 국민의힘은 ‘정치검찰의 국회출장소’에 불과한 ‘검찰 하청정당’이 되고, 헌법유린의 주인공이 될 판”이라고 했다.

여권 대선 주자들도 공세에 나섰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검찰을 ‘나치’에 비유하며 “(대검이 있는) 서초동의 위험한 엘리트들은 이미 괴물이 되어버린 듯하다”며 “개혁으로 안 되고 대수술이 필요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전북도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고발 사주 의혹은 제2의 국정농단 사태”라며 특검과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다만 민주당은 국정조사 카드에 대해선 신중한 모습이다. 이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국정조사)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구체적인 방법, 절차에 대해선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일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성열기자 ryu@donga.com
김지현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