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팀이 만든 미세 캡슐 체내 유해물질만 찾아 먹어치워 사람 세포와 가장 비슷한 형태 장속 대장균 제거에 활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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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남코사가 1980년 내놓은 아케이드 게임 팩맨은 동그란 몸과 큰 입만 가진 게임 캐릭터가 유령을 피해 미로를 오가며 먹이를 먹어 치우는 게임이다. 폭력적이지 않고 간단하면서도 중독성이 있어 한때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최근 미국 과학자들은 팩맨처럼 몸속을 다니며 몸에 해로운 유해 물질만 찾아서 먹어 치우는 동그란 캡슐을 개발했다. 물속을 누비며 오염물질을 삼키거나 사람의 장속 대장균을 잡아먹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스테퍼노 사카나 미국 뉴욕대 화학과 교수와 윌리엄 어빈 미국 시카고대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지름이 수 μm(마이크로미터·μm는 100만분의 1m) 크기의 동그란 몸집에 작은 구멍을 통해 물질을 먹어 치우는 ‘세포 모방체’ 캡슐을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9일 공개했다.
생물의 세포는 ‘아데노신삼인산(ATP)’이라는 분자에서 에너지를 얻어 세포막을 통해 물질을 흡수하고 내뱉는다. 이런 과정을 ‘능동수송’이라고 하는데 세포막을 경계로 농도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물질이 이동한다. 세포는 이런 방식으로 포도당, 아미노산과 같은 영양분을 막 안으로 흡수해 에너지를 저장하고 부산물을 세포 밖으로 배출한다. 지금까지 살아있는 세포 외에 이런 기능이 인공적으로 구현된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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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구팀이 지름 수 μm 크기의 동그란 몸집에 작은 구멍을 통해 물질을 먹어 치우는 ‘세포 모방체’ 캡슐을 개발했다. 물속 오염물질을 삼키거나 몸속 대장균을 잡아먹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 출처 미국 시카고대
연구팀은 물에 캡슐을 풀어 넣고 불빛을 쪼인 결과 캡슐이 불순물을 흡수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대장균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캡슐이 대장균을 삼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세포를 모방한 캡슐이 팩맨처럼 다양한 물질을 삼킬 수 있다”며 “향후 캡슐을 수질 정화나 몸속 대장균을 제거하는 데 활용할 수 있고, 몸속에 필요한 약물을 전달하는 전달체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 몸속에서 활용되려면 독성 시험은 물론이고 위치 추적까지 가능해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또 여러 캡슐을 활용하려면 캡슐 간 통신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당장 활용하기는 어렵지만 영양분을 삼키는 세포 기능을 구현한 캡슐을 아주 작게 만들었고, 표면에 작고 정교한 구멍을 뚫어 물질을 흡수하고 배출하는 기능까지 구현하는 등 뛰어난 기술적 진보를 이뤄냈다”며 “지금까지 찾아보기 어려운 획기적인 연구 성과라고 본다”고 말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