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컬러스 번스 전 국무부 정무차관. 워싱턴=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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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초대 주중대사로 니컬러스 번스 전 국무부 정무차관, 주일 대사에는 램 이메뉴얼 전 시카고 시장이 지명됐다. 주중대사의 경우 중국이 최근 주미 중국대사로 강성 ‘늑대전사(전랑·戰狼)’인 친강(秦剛) 대사를 보낸 것에 맞서 미국이 정통 외교관 출신의 베테랑 외교전문가를 최종 낙점하는 것으로 대응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백악관은 20일(현지 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번스의 지명 사실을 밝혔다. 미국의 최대 경쟁국인 중국으로 보낼 미국의 대표를 바이든 행정부 출범 7개월 만에 최종 확정한 것.
번스 지명자는 1990년부터 5년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러시아 업무를 담당하고 그리스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대사를 지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정무차관으로 재직하던 2005~2008년에는 이란과 북한의 제재 및 미국의 인도태평양 정책에 관여했다. 현재 하버드대 케메디스쿨 교수이자 애스펀전략그룹 이사, 코언그룹의 수석 고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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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지금까지 주로 정치인 출신을 중국대사로 보내던 것과 달리 정통한 외교관 출신을 지명한 것은 향후 중국 내 대사의 역할과 외교활동 방향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미중 양국이 날 선 신경전과 충돌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지도부를 상대로 고위급 정치 플레이를 펼치기보다 실무를 탄탄히 잡아주면서 양국 간 커뮤니케이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대사를 보내겠다는 메시지로 해석 가능하다. 중국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사회를 강하게 비판해온 친강 주미대사를 워싱턴으로 보내며 대미 강성외교를 예고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주중 일본대사에 낙점된 이매뉴얼 전 시카고 시장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오바마 전 대통령의 측근이다. ‘오바마의 오른팔’로 불리는 민주당의 유력 인사로 그 역시 번스 지명자와 마찬가지로 일찌감치 대사 물망에 올라 있었다. 그는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자신이 바이든 대통령과 30년 간 함께 일해온 사이임을 강조한 뒤 “미일 관계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주춧돌(cornerstone)”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정부에서 요직을 맡았던 인사들을 중국, 일본 대사로 지명한 것은 인도태평양 지역을 외교정책의 핵심 지역으로 삼고 있음을 확인하는 인선으로 평가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무역과 인권 등을 놓고 중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시점에 이 두 지명자가 최종 인준된다면 바이든 행정부의 아시아 정책을 대표하는 주요 인사들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까지도 미국대사 임명이 감감무소식이다. 한국계인 유리 김 알바니아 주재 미국대사가 유력하게 거론되지만 이번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다. 중국, 일본에 비해 뒤쳐지는 순위가 미국 외교에서 한국이 갖는 비중의 현실을 반영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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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