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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도 다양하고 양도 조절 가능”…밀키트 스타트업 몸집 키운다

입력 | 2021-08-19 15:30:00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62회 프랜차이즈 창업 박람회에서 예비 창업자들이 밀키트 사업 상담을 받고 있다. 2021.8.19/뉴스1 (서울=뉴스1)


직장인 박모(30·)씨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진 뒤로 주말이면 한 번 이상은 밀키트로 끼니를 해결한다. 1인 가구인 박 씨가 직접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기에는 번거롭고 재료도 많이 남는다. 배달 음식은 일정 액수 이상을 주문해야 하기 때문에 A 씨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지 않다.

박 씨는 “밀키트 메뉴가 워낙 다양해져 선택지가 넓고, 조리 과정에서 덜 짜거나 덜 맵게 내가 직접 소스의 양도 조절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라며 “외식을 하는 것보다 건강에 더 좋을 것이라 생각해 자주 찾게 된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와 맞물려 MZ세대 중심의 1~2인 가구가 밀키트와 가정간편식(HMR)을 즐겨 찾으면서 관련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소비자 275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발생 후 식품 구매량 변화를 조사한 결과 HMR의 증가율이 64.7%로 나타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2017년 100억 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000억 원으로 커진 데 이어 올해는 3000억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HMR 기업들은 앞다퉈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밀키트 업계 점유율 1위 업체인 프레시지는 국내 유명 외식 브랜드나 소상공인의 레시피를 제품화하는 간편식 퍼블리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지역 노포들과 협업해 이들 가게의 메뉴를 그대로 가져온 HMR ‘백년가게 밀키트’가 꼽힌다. 이외에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63빌딩의 주요 레스토랑들과도 협업해 프리미엄 밀키트 제품을 선보였다. 이색적이면서도 양질의 제품을 추구하는 MZ세대 취향을 잘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타트업 쿠캣이 운영하는 HMR 전문 온라인몰 ‘쿠캣마켓’도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다. 딸기우유찹쌀떡 등 독특한 식품과 다양한 종류의 간편요리 제품을 판매하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대한제분의 밀가루 브랜드 ‘곰표’와 협업해 곰표 떡볶이 밀키트 2종을 출시하기도 했다. 젊은 세대가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음식인 떡볶이에 레트로 감성을 더해 MZ세대의 눈길을 끌었다. 쿠캣의 지난해 매출은 390억 원으로 전년도 185억 원 대비 111% 늘었다.

국내 첫 번째 밀키트 전문기업인 마이셰프는 쿠팡 등 유통 채널 60여 곳에 월평균 20만 개의 밀키트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51% 증가한 276억 원을 기록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2018년 투자금을 유치한 식품 관련 스타트업은 41개였지만 지난해에는 53개사로 30% 증가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42개사로 2018년 전체 규모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 산업에 변화의 바람이 불자 대기업들도 식품 관련 스타트업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식품 관련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프론티어 랩스’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기업에 최대 1억 원을 투자한다. 롯데칠성음료는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팀에 1년간 급여를 포함한 운영비 등을 지원해 어려움 없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독립법인으로 분사할 수 있고, 분사 후 사업이 실패하면 5년 내 재취업 할 수 있다.

이용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은 “HMR과 밀키트는 내년에도 주요 성장 예상 업종으로 꼽힌다”며 “이쪽 시장은 대기업 중심으로 발달된 게 아니라서 기업의 규모나 유명세보다는 품질과 건강, 다양성이 고려된 차별화된 상품을 중심으로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