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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여성인권 존중’ 실현될까…현지선 우려 앞서

입력 | 2021-08-18 14:09:00


아프가니스탄을 재점령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에는 우려가 앞선다.

AP통신은 17일(현지시간) 탈레반 장악 이후 처음 열린 자비훌라 무자히드 대변인의 기자회견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오랫동안 탈레반 대변인을 맡아온 무자히드는 이날 탈레반 집권에 대한 다양한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처음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구체적인 설명은 없이 이슬람 율법의 규범 안에서 여성의 권리를 존중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17일 영국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탈레반 여성에 대한 규제를 일부 완화하겠다며 여성들의 복직을 독려하고 여학생들의 복학을 허용하겠다고 했다. 다만 부르카(눈 부위를 제외한 전신을 가리는 의상) 대신 히잡(머리와 목을 가리는 두건)을 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것이 우리의 정책 방침”이라고 했다.

탈레반은 미군이 아프간 철군을 시작하자 주요 도시 곳곳의 점령을 이어왔다. 지난 15일에는 수도 카불을 장악하고 20년 만에 ‘이슬람 수장국’(Islamic Emirate of Afganistan) 재건을 선포했다.

탈레반은 20년 전 집권 시절 여성들을 홀로 집 밖을 나오지 못하게 하고, TV와 음악을 접하지 못하게 하고, 공개 처형하는 등 인권 유린적인 제도를 시행했다. 이에 국제사회의 지적이 끊이지 않았고, 미국의 지원으로 탈레반 축출 후 새로 선 아프간 정부는 여성의 교육과 사회 활동을 장려하는 정책을 펼쳤다.

탈레반이 수도 장악 이전 아프간 북부와 서부 등지를 점령해나갈 때에도 해당 지역 여성들에게 부르카를 착용하게 했고 남성 보호자 없이는 일을 하거나 집을 떠날 수 없게 한 것으로 알려져 국제사회의 우려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탈레반은 여성 인권 존중을 약속했지만 이미 아프간 내부 곳곳에서 우려를 키울만한 상황들이 드러나고 있다.

아프간 서북부 헤라트의 한 비정부기구(NGO)에서 일하는 25세 여성은 몇 주째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있다. 재집권한 탈레반의 규정이 더 명확해질 때까지 집에서 머무는 것이 안전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탈레반에 대해 좋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며 “그 누구도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탈레반의 태도를 바꿀 수 없을 것”이라고 불신의 모습을 보였다.

수도 카불에서는 최근 부르카를 찾는 여성들이 늘어나 부르카 값이 기존의 10배까지 올랐다고 인디아투데이는 전했다. 한 여성은 CNN에 자신과 여동생, 그리고 어머니가 함께 사용할 부르카가 1~2개 밖에 없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아프간 국영TV 유명 앵커 카디자 아민의 소식을 전했다. 그는 탈레반이 여성 직원들을 무기한 정직시켰다고 전했다.

아민은 “나는 기자인데 일할 수 없게 됐다”며“우리가 20년 간 이룬 모든 것이 사라질 것이고 다음 세대는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다. 탈레반은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탈레반 지휘부가 언론 등을 통해 밝히는 것과 달리 각 지역 곳곳에서 적용하는 규정이 다르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일례로 탈레반 지휘부는 민간인에 대한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점령 과정에서 이미 아프간 경찰 겸 코미디언, 외국 통신사 기자 등이 목숨을 잃었다. 이에 대해 지휘부는 “현장의 탈레반 지휘관들이 관련 지령을 받지 못했거나 지령에 따르지 않는 것 같다”는 답변으로 일갈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히더 바 아시아 여성인권 담당 수석 연구원은 미국의 소리(VOA)에 “인권 우려가 상당하다”며 “탈레반이 승리감에 취해 억압적 행태가 점점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