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대통령궁 장악한 탈레반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의 지도부들이 15일(현지 시간) 수도 카불의 대통령궁에 모여 있다. 카불=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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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점령으로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가 다시 부활할 조짐이 보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프간에서 미군의 철수 결정이 아프간 국민들 뿐 아니라 세계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6일 미 언론들에 따르면 수도 카불 인근 바그람의 옛 미군 기지를 장악한 탈레반은 전날 기지 안에 수감돼 있던 재소자들을 일제히 석방했다. 아프간 정부가 관리하고 있던 이 교도소에는 최대 7000명의 이슬람 전사들이 수감돼 있었다. 이중에는 테러조직인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 조직원들도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더 타임스는 “아프간의 가장 위험한 테러분자 포로들이 ‘아프간의 관타나모 수용소’로 불리는 바그람 교도소에서 풀려났다”고 전했다.
이슬람 율법을 통해 아프간 내부를 통치하는 것에만 관심을 두는 탈레반과 달리 알카에다는 미국 등 서방국가에 대한 테러 공격을 감행하면서 존재감을 넓혀 왔다. 2011년 5월 미국의 특수부대가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한 뒤 세력이 크게 위축됐지만 그동안 아프간 내륙 지방 등에서 암약하면서 조직을 추슬러 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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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서방 국가들도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으로 알카에다가 세력을 확장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은 스카이뉴스에 “아프간은 ‘실패 국가’가 될 것이고 서방에 대한 공격을 모의하는 테러리스트들을 숨겨줄 것”이라며 “알카에다는 아마도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의원들에게 “알카에다나 IS 같은 테러 그룹들이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간 내에서 재조직될 가능성을 다시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크 밀리 합참의장 역시 15일 상원 브리핑에서 “아프간의 테러 위협에 대해 기존의 평가를 수정해야 할 것 같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아프간을 재점령한 탈레반이 향후 알카에다의 부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미국은 탈레반을 이용해 알카에다를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다. 미국은 2001년 탈레반이 9·11 테러의 배후인 빈 라덴의 신병 인도를 거부하자 아프간을 침공해 탈레반을 몰아냈다. 탈레반이 이에 대한 학습효과가 있는 데다 국제사회에서 합법성을 인정받고 싶어 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알카에다와 관계를 끊고 서방에 협력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최근 방송에 출연해 “탈레반은 지난 번에 테러리스트를 숨겨줬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잘 알고 있다”며 “이를 다시 반복하는 것은 그들의 이득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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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