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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 200명 광복절 불법집회…민노총은 ‘변칙 1인 시위’

입력 | 2021-08-15 21:20:00

광복절 15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경찰이 방역지침을 위반한 불법집회 차단을 위해 곳곳에 임시검문소를 운영하고 교통통제를 실시하고 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이끄는 국민혁명당 등 보수단체가 광복절 연휴 동안 서울 도심에서 수백여 명이 모이는 불법 집회를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도 ‘1인 시위’ 형태로 200여 명 참가하는 집회를 열었다. 경찰은 서울 중구와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 ‘차벽’을 세워 대규모 집결을 차단했지만 시위대는 봉쇄망이 느슨한 곳을 찾아 집회를 강행했다.

광복절인 15일 오후 2시경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일대에 국민혁명당 등 보수단체가 주최한 ‘1인 걷기 행사’에 참여한 회원 200여 명이 모여 있었다. 참가자들은 태극기나 성조기를 들고 2m 이상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은 채 다닥다닥 무리를 지어 있었다. 일부 참가자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확성기로 구호를 외쳤다.

경찰이 수차례 해산명령을 했지만 집회는 1시간가량 이어졌다. 이들 중 100여 명은 이날 오후 1시 45분경 종로구 낙원동 일대 2개 차로를 점거한 채 경찰과 30분간 대치하기도 했다. 10여 명은 경찰을 몸으로 밀치며 “집회 자유가 있는데 왜 길을 가로 막느냐”, “정치 방역을 중단하라”며 고성을 질렀다. 시위대는 14일 서울 중구와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 세워진 차벽과 임시검문소에 가로막혀 결집 자체를 차단당하자 광복절 당일에는 봉쇄망이 느슨한 종로3가 일대로 모였다.

전 목사가 담임목사를 맡고 있는 사랑제일교회는 방역당국의 금지명령에도 15일 대면예배를 강행했다. 전 목사는 예배에서 “걷기 운동은 3일 동안 진행하는데 오늘도 종각 등에 와서 행진을 해주기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혁명당 관계자는 “원래 1인 걷기 대회에 참여하려고 나온 시민들이 오히려 경찰에 가로막혀서 집회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태극기를 들고 걷기만 하는 것도 죄가 되느냐. 연휴 마지막 날인 16일도 광화문에서 집결하겠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1인 걷기 대회라고 하지만 언제라도 다수가 집결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상당수가 5, 6명씩 무리를 지어 5인 이상 집합이 금지되는 방역수칙을 어긴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불법 집회를 강행한 국민혁명당 등을 상대로 현장 채증자료 등을 토대로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14일 중구의 한 호텔 앞에서 경찰관을 펜스로 내리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로 50대 참가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15일에도 중구와 종로구 일대에서 집회 참가자 2명이 경찰을 폭행한 혐의(공무집행방해)로 체포됐다.

민노총은 14일 오후 4시경부터 1시간 반 동안 서울 서대문구 일대에서 ‘한미전쟁연습 중단 1인 시위’를 했다. 1인 시위 형태를 띠긴 했지만 지하철5호선 서대문역에서부터 홍제동 일대까지 10~70m 간격을 띄우고 200여 명이 모여 ‘변칙 집회’란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가 광복절 연휴 동안 서울 전역에서 1인 시위를 제외한 2인 이상 집회를 전면 금지하자 거리만 띄운 채 집단적으로 1인 시위를 진행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민노총 1인 시위 경우 수십여 미터 거리두기가 이뤄졌고, 경찰의 통제에 따랐다”며 “불법 집회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했다.

광화문광장 등 도심을 찾은 시민들은 경찰의 삼엄한 통제로 인해 통행에 불편을 겪었다. 장모 씨(24)는 “평소 같으면 2분 걸릴 거리를 20분이나 걸려 돌아왔다”고 토로했다. 한 시민은 “이쪽으론 못 간다”며 경찰이 막아서자 “반대쪽 인도에서도 막혀서 여기로 건너왔는데 어디로 가라는 것이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자영업자들은 유동 인구가 끊겨 “차라리 문 닫는 게 낫다”는 반응을 보였다. 14일 오후 광화문광장 인근의 한 식당 직원은 ‘광복절 집회로 15, 16일 임시 휴업합니다’라는 안내문을 가게 앞에 붙였다. 이 직원은 “재료값도 나오지 않을 거 같아 문 열면 손해”라고 했다.



이소정기자 sojee@donga.com
이소연기자 always99@donga.com